▲ 최상한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
경상남도와 도내 18개 시・군이 예산 지원을 하지 않아 오는 4월이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초・중・고교생 무상급식 논쟁이 주민투표로 번지고 있다.

지난 2일 경남지역 학부모와 20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무상급식 실시에 대해 주민투표로 결정할 것을 홍준표 도지사에게 촉구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무상급식이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며 사실상 주민투표를 거부했다. 이를 두고 SNS에서는 홍 지사의 이름을 빗대어 ‘내가 준표 내놔!’라는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 지사는 오세훈 전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시로 인해 옷을 벗은 악몽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2011년 8월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막고자 주민투표를 발의하였지만 투표율이 개표 득표율 33%에 훨씬 못 미치는 25%가 되어 결국 그는 약속대로 시장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오 전시장은 무상급식을 반대했지만 홍 지사는 무상급식을 공약한 바 있다. 2014년 2월에는 경상남도와 도교육청이 각각 무상급식비의 62.5%와 37.5%를 부담하기로 협약한 바도 있다. 이에 따라 동 지역 고교를 제외한 도내 748개 초·중·고교생 28만6000여명을 위해 경상남도는 전체 무상급식비 1315억원의 25%인 329억을 부담하고, 18개 시・군은 도교육청과 동일하게 493억원인 37.5%를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홍 지사의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선언으로 공약과 협약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홍 지사의 한 마디에 경남도내 18개 시장・군수들과 시의원・군의원들은 예산 지원 중단에 나란히 줄을 섰다.

지난 12월 사천시의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소수 야당의원들과 협의한 것을 지키지 않고 수정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무상급식을 포기하였다. 이에 격분한 무소속 김봉균 의원은 지방의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2시간 30분 동안의 반대토론으로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무상급식에 한 푼도 지원하지 않은 곳은 현재 경상남도가 유일하다. 부산 기장군수는 경남도 보다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군수의 업무추진비와 축제행사 비용 등을 삭감해서 학생들에게 밥을 먹이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홍 지사는 ‘급식은 경남도가 아닌 교육청의 사무’라고 한다. 그래서 경상남도를 상대로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고 한다. 홍 지사의 말대로라면 기장군수는 왜, 자신의 사무가 아닌 무상급식을 실시하려고 할까? 홍 지사처럼 율사출신인 오 전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이 주민투표 대상이 아닌 것을 몰라서 주민투표를 하여 시장직을 잃고 말았을까? 홍 지사는 경남도의 사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왜 공약했을까?

‘준표 내놔!’하기 전에 무상급식과 주민투표를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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