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이 필 무렵
1 .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삼년 전에 같이 앉아 백인 사진
하염없이 바라보니 그리운 시절아
2. 달뜨는 저녁이면 노래하던 그 시절
연분홍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 흘리며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동무야
3. 연분홍 봄바람이 돌아드는 북간도
아름다운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꾀꼬리는 중천에 떠 슬피 울고
호랑나비 춤을 춘다 그리운 고향아
집 팔고, 논 팔고, 밭 팔고, 있는 땅 모두 팔아 만주로 독립운동 떠났던 분들이 있습니다. 차가운 북풍한설 몰아치는 황량한 만주 벌판으로 무작정 떠났습니다. 일본 놈들 밑에서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며, 죽을지언정 일제의 앞잡이로는 살 수 없다며 독립운동을 떠났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잠 잘 곳도 변변히 없었습니다. 참기 어려운 고통이 뒤따랐습니다. 고향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 삼간 그립습니다.'
백난아가 부른 한국의 대표 트로트곡 '찔레꽃'입니다. 만주로 독립운동 떠났던 사람들의 애절한 사연을 가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달 뜨는 저녁에 보는 찔레꽃은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옵니다. 찔레꽃 향기에 취해 눈물이 납니다.
찔레꽃이라고도 하고 찔레나무라고도 합니다. 볕이 잘 드는 냇가나 골짜기 부근에서 잘 자랍니다. 하얀 꽃도 있고 연분홍 꽃도 있습니다. 열매는 붉은색으로 달리는데 영실이라는 약재로 불면증, 건망증, 성기능 감퇴, 부종 등을 치료하는데 쓰입니다. 토끼 잡을 때도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한국, 일본 등에 분포합니다. 털찔레, 좀찔레, 제주찔레, 국경찔레 등의 종류가 있습니다.
찔레꽃 순은 껍질을 벗기고 먹으면 상큼한 맛이 납니다. 어릴 때 동무들과 어울려 많이 따 먹었습니다. 가시가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찔리기 십상입니다. 너무 어린 아이들은 못 따먹게 했습니다. 찔레순 따 먹다가 가시에 찔리거나 엎어지면 다치기 때문에 그랬던 모양입니다. 어린 아이들에 대한 배려였던듯 합니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 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이연실의 '찔레꽃' 노래입니다. 일 나간 엄마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의 하얀 찔레꽃 잎 따먹는 얘기입니다. 엄마 보고 싶어 따 먹기도 하고, 배가 고파 따 먹기도 하였던 모양입니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장사익의 '찔레꽃' 노래입니다. 사모하던 이웃집 순이가 집을 나간 모양입니다. 먹고 살기가 무척 어렵던 시절 동구 밖 아카시아 꽃이 질 무렵이면 집에는 식량도 다 떨어져 갑니다. 별처럼, 달처럼 순박하던 영희, 옥이, 순이가 읍내로, 도시로 일을 나가는 시기입니다.
찔레꽃에 얽힌 사연들은 슬픈 내용이 유난히 많습니다. 원나라로 잡혀갔던 시골 처녀 찔레가 죽은 무덤위에서 피어난 꽃이란 전설도 있습니다. 지금 들에 산에 찔레꽃이 가득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