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매번 건강 검진을 받은 후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걱정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만난다. 혈액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동맥경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콜레스테롤은 정말 나쁜 물질일까? 콜레스테롤에 관련된 연구는 무려 13번이나 노벨상을 받았다. 단일 물질로 이렇게 많이 노벨상을 수상한 물질은 아직까지는 없다. 이것만 보더라도 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 물질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왜 콜레스테롤이 중요한 물질일까? 모든 생물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포는 울타리 역할을 하는 세포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세포막을 구성하는데 콜레스테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콜레스테롤이 없다면 세포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 하므로 생존이 어렵게 된다.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은 여러 가지 성 호르몬과 같은 스테로이드계 호르몬을 만드는 원료이다. 이 호르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콜레스테롤은 담즙 산을 만드는 원료이기도 하다. 담즙 산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소화 과정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은 두 가지 방법으로 콜레스테롤을 얻는다. 하나는 주로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음식물을 통해서 섭취한다. 여기서 우리가 잘 아는 필수 아미노산이나 필수 지방산과 비교해보자. 이 물질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스스로 합성하지 않고 음식물로 섭취한다. 비타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와는 달리, 콜레스테롤은 스스로 합성도 하고 음식물로부터 흡수도 한다. 왜 콜레스테롤은 두 가지 방법을 동원하는 것일까? 만약 생존에 필요한 충분한 양을 섭취할 수 있다면 스스로 합성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역사에서 콜레스테롤을 섭취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은 배설되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 몸은 콜레스테롤을 재생하여 사용한다. 우리 몸이 얼마나 콜레스테롤을 귀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귀중한 물질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흡수는 잘 하면서 배설은 하지 않는다. 콜레스테롤은 소수성이 강해서 혈액에 녹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단백질에 붙어서 운송된다. 그렇지만 과량의 콜레스테롤이 혈액에 존재하게 되면 혈관에 쌓이게 되고, 거기에 많은 지질이 더 붙게 되어 혈관이 좁아지게 되며 더 나아가서는 막히게 된다.

사회가 변하면서, 귀한 콜레스테롤을 너무 많이 섭취하여 걱정인 것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콜레스테롤을 덜 섭취하여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몸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지 못하도록 하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렇지만 콜레스테롤을 무조건 두려워하여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무조건 피하거나 콜레스테롤이 꼭 필요한 어린아이들에게 까지 섭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아무리 귀한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은 어디에나 적합한 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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