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밤늦게 끙끙 앓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리고 장난기서린 목소리가 울렸다.
“언론인! 나 창원에 와 있어, 요즘 경남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되었잖소?”

무상으로 공급되던 학교급식을 졸지에 유상으로 돌리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고 그래서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경남의 수부도시인 창원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뉴스를 통해 보고난 직후다. 세종시교육감 최교진의 전화다.

“경남에 왔으니 당신에게 신고해야지. 지금 바로 사천으로 달려갈까? 하하! 토요일 윤영규 선생님 추모행사에 올 거지? 못 온다고? 왜 작년에도 못 왔잖아?”

그랬다, 작년에도 이것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서 결례하고 말았다. 목 디스크 때문이다. 금년에도 지난주부터 막 시작하였다. 그러고 보니 3년 전에 발병한 목 디스크가 초봄이면 알레르기와 함께 불청객으로 등장하고 있다. 처음엔 목 디스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 신체 중에 어깨와 함께 가장 강한 부위라 여겼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두툼한 승모근위로 솟은 목털미가 18인치도 넘어 나갈 정도로 굵었다. 팔이 저리고 삼두박근이 아려서 무슨 탈이 났긴 한데 무엇이 고장 났을까 전전긍긍했었는데 목 디스크였던 것이다. 진단을 받고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니 이런! 목이 쪼글쪼글해 지고 말라있는 것이 아닌가? 어쩐지 와이셔츠 목 단추를 채울 때 쉽게 되더니만. 이제 목 디스크도 다른 몇 가지 질병과 더불어 함께할 동반자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치유 매뉴얼도 생겼다. 신뢰하는 한의를 찾아 침을 맞고 무자비한 물리치료사에게서 고문 같은 물리치료를 받는다. 이렇게 몇날며칠을 끙끙 거리다보면 들어올 때 소리 없이 왔듯이 갈 때도 소문 없이 그냥 간다.
 
문득 얼마 전에 본 영화 ‘친구2’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하릴없이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조폭들이 등장하는 이 오락물을 중간에 보게 된 것인데 귀가 솔깃한 대화가 있었다. 딱히 정확한 워딩은 아닐지라도 이런 내용이었다.

늙은 깡패; “자네, 늙어가는 재미가 무엇인지 아는가?”
젊은 깡패; “글쎄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늙은 깡패; “흐흐 아픈 재미라네!”

순간 불현 듯이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사람은 죽기위해 사는 것이다!’
인생은 출생에서 시작하여 죽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런가. 꽃샘추위가 물러가면 만물이 깨어나는 봄이 올 것이다.

아니 이미 봄은 완연하고 삶의 완성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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