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우울감·무기력증 생겨...그래도 ‘아이들 위해 해야 할 일’

▲ 학부모들은 서민자녀교육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3일과 10일 사천시에 제출하기로 했다.
사천시가 지난 3월 26일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입법 예고를 하면서 4월 14일 까지 이에 대한 의견서를 받고 있다. 엄마들은 부지런히 개인 혹은 여럿이 함께 의견서를 작성해 서명을 하고 있다. 현재 ‘유상급식을 반대하는 사천학부모’ SNS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740명. 지난 1일부터 학교 급식이 유상급식으로 전환되면서 이제 엄마들에게 남은 마지막 보루는 ‘서민자녀교육지원에 관한 조례’가 시의회에서 보류, 폐지되는 것. 정동면에 살고 있는 ‘다둥이 엄마’ 두 명을 만나 조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그 마음을 들어봤다.

‘다둥이’ 두 엄마의 거칠어진 손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처럼 불어오는 삶의 무게가 지나간 손끝, 물기 마른자리가 남은 두 손은 아주 조금씩 떨리는 듯 했다. 이들에게도 영락없는 스무 살 아가씨, 가뿐하게 생의 시절들을 뛰어넘었을 때가 있었으리라. 뉴스에서 매일 같이 쏟아내는 정치·경제 소식들이 그저 번잡하기만 해서 귀밑머리와 함께 귓등으로 넘기고는 친구들과 수다삼매경에 빠지곤 했을 테다. 어느 덧 사십대 초반, 중반에 들어선 이들은 이제 굵어진 손마디처럼 단단해졌다.

각각 네 명(초 6, 중 1, 중 2, 고 1)의 아이와 세 명(초 4, 중 2, 고 1)의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두 사람에게 전해들은 현재 엄마들의 마음은 생각보다 많이 지쳐있었다. 세 아이의 엄마 김 씨는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

“경남도에서 공식적으로 엄마들을 ‘종북’으로 몰아갔는데 우리는 간단히 그래요. 왜 경남만, 같은 세금을 내고 왜 경남에서만 급식비를 내야 하는가 하는 거죠. 가계가 힘이 들고 부담스럽다는 거죠. 정치적 좌, 우 관심 없습니다. 우리가 뽑은 대표가 우리말을 들어주지 않으니까 이제는 엄마들 우울증이 온 듯 한 기분을 느껴요. 일을 끝내 놓고 저녁에 소식들을 보면 힘이 빠져요. 이렇게 원하고, 이렇게 힘든데 우리를 정치적 놀음에 이용한다는 생각에 무기력증이 생깁니다, 정말.”

네 아이를 낳았다며 주변에서는 ‘나라에서 상 줘야 한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온 이 씨 역시 속내를 털어놨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 들어요. 그래도 한 마디라도 던지면 들을까봐 해 보고 있는 거죠. 엄마들끼리 ‘그냥 학교등교거부, 급식비 내지말까, 도시락 쌀까?’ 얘기 하다가도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가게 되니까 어떻게도 할 수 없지요. ‘밥값 안 내겠다’는 게 아닙니다. 무상급식 중단이 나라 전체가 협의가 된 사안이라면 달리 생각을 하겠지만, 지금 경남의 상황은 도지사의 권력으로 저지당하고 아이들 교육을 정치적 야욕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밖엔 안 보이니 동의 할 수 없지요. 경남만 이러는 건 불평등이지요. 자유와 평등을 외쳐야 하는 이 나라가 민주주의가 맞습니까.”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입을 모았다.
“서민이라고 지칭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고, 이 제도 혜택 대상자 기준도 무엇으로 정한 것인지 애매하지요. ‘턱걸이’가 있어요. 저 대상자에 포함 안 되는 가정 중에 서민 아닌 사람이 있나요? 몇 만원 차이로 되고 안 되고 정해져요. 이건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졸속’ 대책 밖에 안 됩니다. 애들 여럿 나아 키우면서 혜택 받는 건 무상급식 하나뿐이었어요.”

지난 1일부터 유상급식이 시작됐고 한 달에 20만 원, 30만 원이 넘는 급식비가 매달 빠져나가겠지만, 매일
저녁 ‘바뀌지 않는 도지사’를 보며 무기력감에 빠지겠지만 그래도 엄마들은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에 대한 의견서를 붙들고 다시 힘을 내겠다고 했다. '건투를 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