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한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
새삼 1949년이 떠오르는 것은 제헌 헌법에 따라 같은 해에 법률 제32호로 제정된 「지방자치법」의 목적이 68년이 지난 오늘날에 오히려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지방 자치법」 제1조 목적은 ‘지방주민의 자치로 행하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적 발전’을 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68년 동안 우리의 현대사 가 좌절과 분노, 배신과 음모, 군사통 치, 저항과 반격, 독재와 민주로 격동 을 치면서 「지방자치법」 제1조의 목적도 굴절될 수밖에 없었다. 1988년까지 지방자치의 목적은 국가의 감독 하였지만 지방주민의 자치로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1987년 6월 항쟁 의 결과로 지방자치의 목적이 실현 될 수 있다고 믿었으나 1988년에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1조의 목적에는 ‘지방주민의 자치로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 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도모하며 지방자치단체의 건전한 발전’을 꾀하는 것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민주화의 열기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었지만 1949년 처음 제정 당시의 목적에 비하면 후퇴한 셈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게 된 국회는 1989년에 민주성과 능률성이라는 구절에‘지방의 균형적 발전과 대한민국의 민주적 발전을 기함’이라는 구절을 포함하여 1949년에 제정된 목적의 일부를 회복시켰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킨다고는 했지만‘지방주민의 자치로 행하는’정신은 여전히 빛을 보지 못했다. 2007년 참여정부는 「지방자치 법」을 한글로 전면 개편하면서도 제1조 목적은 개정하지 않았다. 단지,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한글로 순화만 시켰을 뿐이다.

역대 정권 중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가장 잘했다고 평을 받고 있는 참여정부조차도 1949년의 지방주민에 의한 자치는 부활시키지 못했던 것 이다. 지방자치의 목적에 민주주의와 주민자치가 사라지고 갑자기‘능률성’이라는 단어가 도입된 배경에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가 있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그해 9월에 「지방자치에관한임시조치법」을 제정하여 주민선거로 당선되었던 서울특별시장과 도지사, 그리고 지방의원을 전면 해산시키고, 제1조 목적에 민주화와 주민자치라는 말은 아예 삭제 하고 지방행정을 단지 능률화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로 인해 현재의 지방자치법은 군사정권의 산물인‘능률’이라는 단어를 아직도 삭제하지 못하고, 지방주민의 자치도 회복시키지 못하는 ‘반쪽 지방자치’가 되었다. 1949년의 주민자치 정신이 현재의 법에 살아있다면 주민의 뜻을 거부하고 ‘무상급식 폐지’를 밀어붙이는 도지사가 감히 나오지도 못했을 것 이다. 뇌물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는 도지사가 ‘선출직은 임명직과 달라서 사퇴할 수 없다’는 말조차도 함부로 내뱉지 못했을 것이다. 새삼 1949년 정신이 그리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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