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과 버터를 넣어 만든 과자가 별다른 광고도 하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공급량이 부족해 암거래까지 되었다하니, 참으로 열풍이라 할만하다. 그 덕에 꿀의 소비가 늘어나 한국양봉농협에 쌓여 있는 벌꿀 재고량이 1/3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동안 꿀의 소비가 늘어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양봉업자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일이다.

우리는 꿀을 벌에게서 얻는다. 벌들이 먹이로 꽃의 꿀과 꽃가루를 모으는데, 우리는 이를 천연 감미료로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벌들은 식물의 끈적거리는 송진을 가져다가 벌집에 발라 프로폴리스라는 구조를 만드는데, 이것이 천연 항생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디 이 뿐이랴.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이 벌 덕분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모두 알고 있듯이, 벌은 꿀을 모으는 중에 꽃의 암술과 수술을 만나게 하여 수분을 시킨다. 만약 식물이 수분을 하지 못한다면 열매를 맺을 수가 없으므로 우리는 많은 농작물을 얻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 인류가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총 식량의 1/3은 벌에 의해 수분된다.

뒤집어 말하면 벌이 없다면 전체 농작물의 생산이 33%가 감소된다는 것이다. 매년 벌이 수분하는 농작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15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래저래 벌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2006년 말 미국에서의 일이다. 양봉업자들은 벌 군집이 갑작스럽게 줄어드는 것을 관찰했다. 급격하게 벌 군집이 죽어나가는 것이었다. 그 다음해엔 비슷한 현상이 유럽에서도 목격됐다. 통계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의 경우 미국에서 발견된 꿀벌 군집은 4백만 개였는데, 2007년에는 그 수가 반으로 줄었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으로 벌이 수분을 해줘야 하는 많은 농작물에 피해를 초래할 것이고 결국은 인류에게 파괴적인 결말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두려워했다. 벌은 5천만 년 전에 지구에 나타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곤충이다. 그런데 왜 벌들이 사라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확실한 대답은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없다.

벌이 사라지는 이유로 가장 먼저 지목되는 것은 살충제의 사용이다. 진드기와 같이 작물에 피해를 주는 벌레를 잡기위해 뿌리는 살충제가 벌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둘째로는 제초제의 사용이 지적된다. 클로버와 같이 꽃을 피우는 많은 잡초들이 사라지게 되어 그 만큼 벌들의 식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셋째 이유로는 단일종 경작을 이유로 든다. 즉 넓은 밭에 단 품종을 재배하면, 개화시기가 같기 때문에 일정기간 후에는 벌들의 먹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벌들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날씨가 화창하고, 온갖 꽃들이 시기에 따라 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을 만나는 횟수는 점점 줄고 있다. 벌이 줄어드는 것이 어디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랴. 중국에서는 벌 대신 사람이 붓으로 일일이 수분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의 일이라고만 웃어넘길 수 없는 노릇이다.

▲ 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꿀벌을 연구하는 학자인 말라 스피박(Marla Spivak)은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아주 간단한 제안을 한다.

조금이라도 자투리땅이 있다면, 아니면 화분이라도 많은 꽃을 심고, 제초제나 살충제를 뿌리지 않는 것이다. 벌이 먹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꽃을 심는 것이다.

벌도 보호하고 우리도 보호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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