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훈련비행단, 다문화가정 자녀 위한 토요학교 재능기부
‘필요’와 ‘의지’가 만난 기적 같은 시간

다문화센터 토요학교에 참가한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공군 장병들 단체 촬영.
지난 5월 30일 토요일,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센터장 이정기/줄여 다문화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토요학교가 열렸다. 3월부터 진행해 온 올해 토요학교는 예년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었다. 이날 오후 2시 다문화센터를 찾았을 때 눈에 띈 것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숫자만큼 많은 수의 공군 장병들이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얘기 많이 해 본 건 처음인데 군인 아저씨들 다 착하고 재미있어요.”

필리핀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의 중학교 1학년 조윤정 학생이 소감을 전했다. 윤정 학생 뿐 아니라 각 조별로 나뉘어 제빵을 위한 반죽을 빚던 아이들은 함께 참여한 ‘공군 아저씨’들의 쾌활함에 수업 내내 즐거운 표정.

중학교 3학년들을 위한 학습지도반,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미술교실에도 공군 장병들이 교사로 섰다. 수업에서 할 것들을 정해서 준비하는 것까지 모두 담당 장병의 몫이다. 활동 임무들은 각자 직접 지원한 ‘재능 분야’. 학습지도반을 맡은 장병들은 입대 전 소위 명문대학 학생들로 학력이 우수한 이들이다. 수학, 영어 문제들을 함께 들여다보며 어려운 문제를 풀고 학교 수업에서 놓쳤던 요점들을 다시 설명한다.

과외 수업과 다름없는 효율 덕에 조민정 학생은 20점대에 머물던 수학성적이 지난 중간고사에서 76점으로 껑충 올랐다. 사실, 공군 제3훈련비행단(단장 강병철) 병사들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토요학교 봉사를 하게 된 것은 다문화센터에는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았다.

그동안 토요학교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이주결혼여성들 관련 사업 등 여러 일들을 함께 진행해 온 이정기 센터장 부부에게 지난해부터 힘든 시기가 찾아왔던 것.

이정기 센터장은 “아내 건강이 나빠진 것을 비롯해 센터가 어려워져서 토요학교 문을 닫을 생각이었어요. 그 찰나에 공군에서 먼저 찾아와 ‘도울 것이 없겠느냐’고 묻더군요. 장병들이 직접 토요학교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맡아 줄 수 있다고 했고요.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정말 고마웠습니다”고 말했다.

공군 장병이 다문화가정 자녀와 함께 그림 그리는 모습.
올해 초 다문화센터의 ‘필요’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방문했던 김용휘 대위도 “지금까지 대민지원 성격의 봉사활동은 시기별로 해 왔는데, 단장님께서 사천읍에 다문화가정을 위한 센터가 있다며 우리가 도울 것을 찾아보라 하셨고 직접 와서 보니 장병들의 재능기부를 필요로 한다고 하셨어요. 신기했습니다. 그 동안 재능기부를 하고자 하는 장병들이 많았거든요”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원 모집에서 지원한 장병들의 숫자는 90여 명.

그 중에서 개인 휴가를 제외하고 매주 꾸준히 할 수 있는 이들 28명을 선발했다. 김 대위가 덧붙였다. “이런 만남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이 아이들의 고민을 맘 편히 돕는데 까지 두터워지면 좋겠네요.”

제과제빵 수업이 끝난 후 몇몇 장병들은 수업에 썼던 조리기구 설거지를 하고 또 몇몇은 청소를 돕고 미술교실 반에서도 뒷정리가 시작됐다. ‘각 잡힌’ 제복만으로는 다 볼 수 없었던 군인들의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마음이 아이들의 웃음만큼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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