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통풍이 발목에 나타나 야간 응급실 신세를 진 후 매주 동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심신의 피로가 누적되어 면역력이 약화되었는지 후유증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아서이다. 며칠 전 병원에 갔을 때 평소엔 북적이던 대기실이 너무 한산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유일한 환자였다. 경남에 메르스 양성 환자가 창원에서 나왔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다. 메르스는 2012년 중동에서 처음 발병한 현재까지 예방약과 치료제가 없는 신종 괴질이고 병원에서 감염된다니 시민들이 공포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병원을 꺼리는 것도 당연하겠다.

질병 발원지인 중동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처럼 대규모로 환자가 나온 경우는 없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메르스 환자 2명이 열흘 간격으로 인디애나주와 플로리다주에서 각각 나왔다. 한국과 달리 의료진이나 환자 가족 중 한 명도 감염되지 않았고 환자들은 완치됐다. 미국 병원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2차 감염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까? 플로리다주 올랜도병원 감염병센터장 크레스포박사의 인터뷰 내용이다.
“병원이 스스로 결정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주 보건 당국과 협의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게 대중이 느끼는 공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고, 이는 우리의 책임이자 공공의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올랜도는 디즈니랜드·유니버설스튜디오를 보러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다. 메르스가 발생했는데 환자가 어디에 있는지, 상태는 어떤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모르면 공포는 더 커진다.”

의료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는 그렇다 치고 은근히 밑으로 보는 동남아 국가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아시아에서 첫 메르스 희생자는 지난해 3월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한 말레이시아 남성(54세)인데, 메르스 환자로 확진되기도 전인데도 병원 내원 당일로 격리 병실에 수용됐다. 말레이시아 방역 당국은 이 환자와 긴밀 접촉한 가족ㆍ친구ㆍ의료진 등 199명을 전수 검사했다. 심지어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항공기 동승객 24명 중 3명과 연락이 닿지 않자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신문에까지 광고를 내기도 했다. 13일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우리나라의 메르스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비공개 초기 대응이 조기차단 실패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삼성병원’을 숨기려 전전긍긍하고 ‘괴담과 유언비어’차단을 제일 먼저 조처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정 반대로 했고 당연히 그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 3월 정부 업무평가에서 보건복지부가 42개 중앙행정기관 중 종합 1위를 차지했단다. 질병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뻥 뚫린 보건복지부가 최우수 기관이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문득 ‘청개구리’ 우화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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