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전쯤에 만들어진 ‘우주전쟁(War of worlds)'이란 영화가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고, 톰 크루즈가 주연한 이 영화는 외계인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시작된다. 외계인의 공격은 너무도 막강하여 인간은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정복당할 위기에 처하는데, 그 순간 영화는 끝이 난다. 외계인이 갑자기 힘을 잃고 전멸하는 것이다. 이 허무한 결말에 관객들은 “이게 뭐지?”라며 궁금해 했다.

이 영화의 결말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이 지구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전멸한다는 얘기다. 지구의 미생물에 전혀 노출된 적이 없던 외계인들은 이들에 대한 면역을 갖지 않았고, 이 때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무차별한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주전쟁은 외계인과 인간의 전쟁이 아니라 외계인과 미생물과의 전쟁이었다.

오늘날 우리도 우주전쟁을 겪고 있다. 그 적은 외계인이 아니고 바로 바이러스다. 에이즈 때문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았고, 그 피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스로 인한 공포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신종플루의 공격을 받았다. 조류독감과 구제역 위협도 해마다 되풀이된다. 올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까지 가세했다.

이런 가공할 위력의 바이러스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피해까지 동반한다. 결국 인간은 이 전쟁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생물도 아니고 무생물도 아닌 것’으로 정의한다. 바이러스는 단독으로는 번식할 수 없기 때문에 생물이 아니지만, 그 외의 특징들은 생물과 같기 때문에 그런 애매한 표현을 쓴다. 바이러스는 반드시 숙주가 있어야 번식할 수 있다. 따라서 숙주가 무엇이냐에 따라, 세균 바이러스, 식물 바이러스, 동물 바이러스로 나눈다. 숙주에 대한 특이성이 매우 뛰어나서 식물 바이러스에 걸린 채소를 먹어도 사람은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으며, 동물 바이러스는 식물에 감염되지 않는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선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바이러스, 특히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그 중 첫째는 연구자가 감염되지 않도록 통제된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설 투자가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 인체 감염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기관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비롯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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