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스케스가 느껴지는 마네(Diego Velázquez Manet, 1866)

1865년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의 스페인 여행은 마네 회화의 방향을 전환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된다. 그는 스페인에서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의 회화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게 된다. 벨라스케스의 영향은 비단 마네만 받은 것은 아니다. 벨라스케스는 회화에서 ‘빛’과 ‘색’이라는 두 요소를 중심으로 ‘묘사 방법’ 자체를 혁신하여 18세기에는 스페인의 고야, 19세기에는 프랑스의 마네와 인상주의 화가, 20세기에는 큐비즘의 피카소로부터 살바드로 달리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심지어 철학에도 영향을 미쳐 영국의 프란시스 베이컨과 근대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 미셸 푸코에 까지 영향을 미친 화가였다.

마네가 그린 이 그림 Le Joueur de fifre(The Fifer ; 피리 부는 사람, 1866)은 엄격하게 스페인 풍이라기 보다는 벨라스케스 풍에 가깝다. 즉, 벨라스케스의 회화의 주인공을 마네가 그렸다는 것이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피리를 부는 소년에서 벨라스케스의 영향은 역시 빛과 색채감에 있다. 피리를 부는 소년의 포즈는 타로 카드 조커(Fool)에서 복장만 군악대의 복장으로 바꿨는데 상의의 검은 색 옷에는 명암이 없다. 단지 검은 색의 옷이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세부적 묘사도 없다. 뿐만 아니라 전면에 강한 빛을 받고 있어 소년의 모습이 매우 환하게 묘사된 반면 그림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소년의 그림을 배경 속에 오려 붙이기 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 두고 훗날 에밀 졸라는 이것이야말로 마네 회화의 독창성이라고 평했다.

앞선 그림 풀밭 위의 점심식사(The Luncheon on the Grass 본보 7월 2일 오르세의 그림 24번째)에서처럼 마네의 그림에서 우리는 ‘주제의 소멸’과 더불어 ‘의미의 소멸’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마네 이후 이어지는 현대회화의 큰 흐름이 되는데, 그 흐름은 그림으로부터 이야기를 읽어 내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그림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 그림과 풀밭 위의 점심식사의 또 다른 공통점은 풀밭 위의 점심식사에서 누드로 앉아있는 여성과 피리를 불고 있는 이 소년은 동일한 인물인 빅토린 뫼랑(Victorine Meurent)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빅토린 뫼랑(Victorine Meurent)은 마네가 그림 여러 작품의 모델이었는데 마네 회화의 기념비적 작품 올랭피아(Olympia, 1863)의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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