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의 회비를 관리하던 사람이 2억 원이나 되는 큰돈을 6개월에 걸쳐 다 써버린 일이 알려지면서 입방아에 올랐다. 이 사람은 모두 50여 차례에 걸쳐 공금을 ‘제 돈 빼 쓰듯’ 써 버렸고, 나중엔 이 일이 들통 날까 염려해 통장 내용을 임의로 고치는 행동까지 저질렀다.

이 단체의 감사가 눈치를 채고 사법당국에 수사의뢰를 함으로써 그의 죄상이 드러나게 됐다. 법원은 이 사람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업무상횡령과 사문서변조, 변조사문서행사 혐의가 다 인정된 것 치고는 형량이 많지 않은 셈이다. 그가 초범인 점, 횡령한 금액을 다 변상한 점, 피해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런데 그 회계관리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 큰돈을 쓰고도 잘못을 영원히 덮을 수 있으리라 여기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가 처한 상황을 다 알 수 없으니 뭐라 말하긴 어려우나 이것 역시 자본주의의 일그러진 단면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다만 이 사건을 공론화 하며 문제를 지적한 이 단체의 감사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그는 이번 사건이 크고 작은 민간단체의 회비나 재정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했다. 그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내 것이 아닌 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실 우리 주위엔 수많은 사적 모임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그리고 저마다 얼마간의 회비를 내어 모임을 유지‧관리하는 것도 사실이다. 때론 회비나 재정의 운용과 관리 문제가 발단이 되어 큰 분란을 겪는 단체도 목격한다. ‘큰돈 아닌데 뭐 이쯤이야’ ‘금방 쓰고 채워 놓으면 되지’ 안일한 생각이 예기치 못한 비극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사건을 ‘어처구니없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얼마나 반듯한가?’ 스승은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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