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의 꿈'이 영그는 사천두레농장

용현면 통양리에 있는 사천두레농장의 전경.

국도에서 선진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그 중 용남중고등학교 앞을 지나는 길이 더 오래되었고 주변 풍경도 연륜이 느껴진다.

우아한 벚나무 그늘숲을 지나다 보면 왼쪽으로 경상대 산학협동연구단지 뒤로 탁 트인 곳에 농장이 하나 나타난다. 여기가 바로 사천두레농장이다.

사천두레농장은 사천지역자활센터에서 생명살림사업 일환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하며 농촌체험교육도 병행하고 있는 곳이다. 경상남도 옛 축산연구소 터를 임대해 쓰고 있다.

요즘은 배추 모종을 심는 작업이 한창이다.

알려진 것처럼 자활센터는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할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스스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따라서 두레농장의 주인도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땅과 마음까지 가난하지는 않다. “우리 농장에는 퇴비와 자연농약을 자급자족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생산한 것을 지역민이 먹으니 큰 보람이죠.” 농부의 말에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의 말처럼 두레농장은 유기농법에 필요한 액비나 병해충 방제를 위한 각종 자재를 직접 만들어 쓴다. 또 매주 목요일이면 농장 일군들이 직접 풍물소리를 들려줘, 야채와 곡물과 가축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기를 불어넣고 있다.

축산사업단이 기르는 닭과 염소들.

두레농장은 3개의 사업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설하우스사업단에서는 상추와 치커리 등 20여가지의 채소를 재배한다. 그리고 노지작물사업단은 밀 고구마 배추 무 고추 참깨 콩 등을 계절에 맞게 생산하고 있다. 또 축산사업단에서는 시내 여러 식당을 돌며 남은 음식을 모아 돼지 염소 닭 등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생산한 곡물과 채소 그리고 달걀 등은 주문을 받아 직접 배달한다. 중간 유통단계를 없앰으로써 소비자에겐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생산자는 제값을 받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이 뜻대로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소량을 일일이 배달하다보면 운임비도 많이 들고 생산량도 일정치가 않아 소비자의 입맛을 꼭 맞추기가 어렵다. 당연히 수익도 얼마 남지 않는다.

음식잔반을 수거해 가축사료로 쓰고 있다.

얼마 안되는 수익은 적립한다. 각 사업단은 3년이 지나면 독립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현재 시설하우스사업단은 올해부터 어떤 보조도 받지 않고 참여자 공동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지만 인건비 만들어내기가 빠듯한 게 사실이다.

“이제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갖췄다. 앞으로 운영과 홍보를 어떻게 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린 것 같다.” 두레농장 일을 맡고 있는 사천자활센터 김형석 팀장의 말이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다양한 야채가 자라고 있다.

김 팀장의 말은 어쩌면 우리를 향한 것으로 들린다.

사회의 가장 약자인 사람들이 수 년을 땀흘려 오로지 퇴비와 자연농약으로 옥토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손은 더 이상 빈 손이 아니다. 땀과 사랑이 담긴 고구마 야채 달걀이 그 손에 담겼다.

이 가을 그들의 손을 비워주는 건 어떨까.
추석을 앞두고 외로운 사람을 찾아 정을 나누는 것 만큼이나 아름다운 일일 듯하다.

(사천두레농장: 홈페이지 http://doorae.slowtour.co.kr / 연락처: 055-854-0423)

두레농장에서 생산한 고구마와 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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