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낭 코르몽의 카인, 가족과 함께 탈출 (Caïn fuyant avec sa famille 1880)

▲ 페르낭 코르몽의 Caïn fuyant avec sa famille (카인, 가족과 함께 탈출) 1880
창세기 4장 8절에 이르기를 “카인이 그의 아우 아벨에게 말하고 그들이 들에 있을 때에 카인이 그의 아우 아벨을 쳐 죽이니라.”

인간의 원죄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물론 더 이전의 원죄도 있었지만 카인이 저지른 이 살인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의 단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문화사적으로 접근해보면 이야기는 확연히 달라지게 된다.

이를 테면 아벨은 어원은 양치기(ibil – 아랍어 양치기)에서 유래 되었고 카인의 어원은 대장장이 혹은 쇠를 이용하여 경작하는 사람(qyn – 아랍어 대장장이)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통설이다. 그렇다면 카인이 아벨을 쳐 죽였다는 것은 hunter-gather(사냥과 수집 생활을 하는 무리들)를 주로 하는 무리와 agriculture(쇠붙이를 이용하여 경작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주로 하는 무리의 충돌에서 경작하는 쪽이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당연히 비 종교적인 설명이기 때문에 다른 견해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페르낭 코르몽(Fernand Cormon 1845 – 1924)은 역사화가로서 당대의 유명한 역사화가였던 알렉산더 카바넬(Alexandre Cabanel), 외젠 프로망탱(Eugène Fromentin)의 제자였다. 그는 극작가였던 아버지와 배우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그는 1880년에 Atelier Cormon를 설립하고 정기적인 살롱 전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전시회에 대한 준비를 위한 교육을 하였는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위대한 화가의 반열에 오른 앙리 톨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에밀 베르나르(Émile Bernard)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이곳을 거쳐가게 된다.

이 그림의 제목은 카인, 가족과 함께 탈출하다.(Caïn fuyant avec sa famille)로서 아벨을 죽인 뒤 여호아(하나님)의 저주를 두려워하면서 가족을 데리고 어디론가 급히 떠나고 있는 모습을 회백색톤으로 묘사하고 있다. 맨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있는 카인은 마치 회백색 대리석인 것처럼 그로테스크하다. 저주를 피해 도망가는 처지라 사냥한 짐승 몇 마리와 키우던 개 그리고, 빈 몸들 뿐이다. 여자들은 그나마 수레에 태우고 그 수레를 남자 몇 이 끌고 있다. 기독교의 교리대로라면 이 하늘 밑 어디에도 그들이 숨을 만한 곳이 있겠는가? 성경에 의한다면 인류의 시작이 이러했다는 이야기인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이것으로부터 얼마나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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