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외국에서 고교학력 갖췄다면 응시 자격 줘야”

고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결혼이주여성에게도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이 있다고 보건복지부가 해석했다.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을 밟고 있는 수피아나(인도네시아)씨와 로첼A 마나다(필리핀)씨.
한국에 시집온 결혼이주여성도 고등학교졸업 학력을 가졌다면 간호조무사 시험을 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해석이 나왔다. 이로써 결혼이주여성에게도 전문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길이 더 열렸다.

뉴스사천은 지난 12일 필리핀에서 시집와 간호조무사양성과정을 밟으며 간호조무사 꿈을 키우고 있는 로첼A 마나다(33)씨를 소개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고교과정까지 12년제인 반면 필리핀은 10년제임을 의식한 마나다씨는 당시 오는 10월에 있을 간호조무사 시험을 앞두고 자신이 응시자격이 있는지 교육과학기술부에 문의했다.

이에 교과부에서는 “10년제 고교과정을 마쳤어도 고교졸업은 인정한다. 하지만 상급학교(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국가자격시험 응시 여부는 단언할 수 없다”면서 “유권해석을 받아 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런 내용이 보도된 이후 교과부와 간호조무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사이에 의견 교환이 있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로첼A 마나다씨를 비롯한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에게도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5일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2009 세계인의 날 기념 어울림 축제 연습 모습.
보건복지부 신재귀 주무관은 16일 전화통화에서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을 고졸로 한 것은 조무사양성과정을 소화할 기본 소양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교과부에 확인 결과 상급학교 진학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10년제라도 고교졸업을 인정한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고졸 학력을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신 주무관은 “(결혼이주여성이 조무사 시험에 응시하는)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다소 혼란이 있었던 모양”이라며 당연한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교과부에서는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한 관계자는 “간호조무사 주무부서에서 판단하는 대로 맡긴다. 우리는 상급학교 진학을 전제로 외국고교학력을 인정한다는 원칙만 이야기할 뿐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마나다씨를 비롯한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와 정착한 사람들 가운데 그 나라에서 고교과정을 마쳤다면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됐다.

또 보건복지부의 이 같은 해석에 따라 보육교사 등 다른 국가자격시험에도 결혼이주여성들의 도전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사천지역 결혼이주여성 가운데는 보육교사양성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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