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산길에서 만난 꺼병이들. 자동차가 다가가도 그리 놀라지 않는 눈치다.
24일, 지역의 숨은 문화재를 찾아 나섰다가 봉암산(경남 사천과 하동 경계) 뒤쪽 임도에서 꺼병이 다섯 마리를 만났다.

부끄럽게도 산 중턱너머까지 자동차로 갔는데, 가까이 다가가도 그리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카메라 앞에서 잠시 자세를 취했다가 어미가 있을 풀숲 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꺼병이는 꿩의 어린 새끼를 일컫는 말로, 꿩이 ‘꺼’로 병아리가 ‘병이’로 바뀌어 불리게 됐다는 설명이 ‘우리말 유래 사전’에 나온다. ‘닭 병아리’ 대신 ‘꿩 병아리’인 셈이다.

닭과 꿩은 사실 가까운 집안이다. 생물 분류학에서 보면 꿩은 ‘닭목’ ‘꿩과’인데다, 우리가 즐겨 쓰는 말에도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있으니 둘의 사이를 짐작할 수 있겠다.

꺼병이는 꿩의 새끼로, 병아리 보다 목 길이가 더 있고 날렵하게 생겼다.
행여 산이나 들에서 병아리를 닮은 새끼 새를 보고 “병아리가 여기 웬 일일까?” 의아해 하지 말기를. 자칫 ‘꺼벙이’로 놀림 받을 수 있다.

국어사전에는 꺼병이를 ‘꿩의 어린 새끼’ 외에도 ‘옷차림 따위의 겉모습이 잘 어울리지 않고 거칠게 생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도 적고 있는데, ‘꺼벙이’란 말의 유래가 되는 셈이다. ‘꺼벙이’는 성격이 야무지지 못하고 조금 모자란 듯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꺼병이는 병아리보다 목 길이가 조금 더 있고 날렵해 보인다.

봉암산에서 바라본 봉명산(오른쪽 위)과 사천만. 봉명산 너머에 신라시대에 창건한 다솔사(多率寺)가 있다. 멀리 사천만 너머로 와룡산 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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