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천강에 은어가 은빛물결을 이루었다고 한다. 수박향이 나는 고급어종이자 회유성 토속어인 은어는 사천시민들에게 친숙한 존재였다. 나이 지긋한 사천시민들은 어릴 적 사천강가의 추억을 공유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바닷가 주변에 공장이 늘고, 사천강이 정비되면서 사천강에서 은어는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바닷가와 가까운 곳 강가에는 여전히 은어가 발견되고 있지만 예전의 명성에 비할 바는 아니다.

지난 29일에는 한 봉사단체 주관으로 사천강 은어 방류행사가 열렸다. 2만 마리의 은어 치어가 정동면 항공우주테마공원 징검다리 주변에 방류됐다. 사천강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어족자원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였다.

사천강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는 박수를 보낼만하다. 허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29일 치어 방류 현장 바로 옆에는 사천강 수중보가 있다. 수청마을 앞 수중보에는 어도조차 없다. 방류한 치어들이 사천강 곳곳을 누비지 못하고 바다에 가까운 하류에만 머물게 되는 형국이다. 사천강 전체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활성화하자는 본래 취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사천시 담당부서도 현재 한계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인식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은어가 상류로 올라가지 못한 채 방류 현장 주변만 맴 돌아야 하는 현실은 애써 눈을 감은 모습이다. “현재 주변에 서식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시 관계자의 인식이고 보면, “추후 어도를 설치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는 답변은 공허하게만 들린다. 예산상의 이유 등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아쉬운 답변이다.

사천강 하천정비를 했을 당시 꼼꼼하게 고려했다면 지금의 환경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당시 사천시가 사천강 하천환경정비를 하면서 친수공간을 확보했으나, 사실상 직강화하면서 어류나 주변 생물 서식환경은 크게 헤쳤다는 환경단체의 지적도 있었다.

현재 사천시는 도심과 가까운 사천강 주변을 시민 휴식 문화 공간으로 꾸미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친수공간도 중요하지만 사천강의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종합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사천강과 시민의 공존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