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캠퍼스에는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해 활기찬 새내기들과는 상반되게 축 처진 어깨로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이 있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3, 4학년들이다. 겨울이 가고 꽃이 피었다. 당연한 이치지만 우리는 아직 봄을 맞이하지 못했다. 역대 최고를 찍었다는 청년실업률, 화두인 ‘흙수저’ 라는 말이 현재의 우리를 대변해준다.

4월 13일 실시되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흔히들 지금 우리들이 처한 상황을 제도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는다. 개인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일들이 무수히 많았고, ‘열정페이‘, ‘흙수저’ 라는 말들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현 제도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이 말들이 과연 우리가 노력이 부족했는가라는 것을 대변해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개인의 발전을 위해 무수히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가질 수 없으나 현재 살고 있는 제도를 바꾸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청년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과연 우리가 뭘 했는가라는 말이다. 과거에 대비해 대폭 올랐다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20, 30대의 투표율은 전 연령대비 가장 낮다.

이러한 투표가 과연 20, 30대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쟁터에서 태어난 아이와 전쟁을 모르는 아이의 평화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듯,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앞선 세대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관에서 작금의 상황을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는 하나의 의견을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비교적 빠른 시간에 쉬운 방법으로 얻어냈다. 그것이 완전히 정착하는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렸지만, 그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린 것은 아니다. 연령대별 투표율이 그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민주주의의 격동기를 겪은 세대의 투표율은 높은 반면 태어나서부터 완전한 민주주의 아래에 자란 세대의 투표율은 그것이 얻어진 과정을 직접 느끼지 못했기에 낮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사람별로 다른 이유야 존재하겠지만 투표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해 잘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결국 정치인들은 자신을 뽑아줄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 것을 유념해야한다.
 
이번 제 20대 국회의원선거는 어느 때 보다도 20, 30대의 참여의지가 높다. 현재의 상황에 염증을 느낀 수많은 청년들이 있다.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투표라는 점을 깨달았고, 유권자가 가진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안다.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투표를 하지 않았을 때 우리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직접 쟁취해야한다. 우리는 그 방법을 알고 있으며, 그게 우리의 권리이고 책임임을 알고 있다. 현실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현실을 바꿀 의지가 있으며, 투표로서 참여할 때 그 의지를 실현할 수 있다.

투표로서 실현할 때 우리가 내쉬는 한숨은 막막한 현실에 고개 숙여 내쉬는 것이 아닌 열심히 달려 차오른 숨을 고르고 앞을 내다보는 한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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