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희한한 기사를 읽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국회에 ‘기본소득’ 도입에 관한 보고서를 내었단다.

굳이 ‘알파고’ 소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제조업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산업 자동화로 인한 급격한 일자리 감소는 곧 닥쳐 올 미래다. OECD 국가들 중에서 복지 시스템이 가장 취약한 ‘헬조선’에 그것은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야한다는 뜻이다.

기본소득이란 직장을 갖지 못한 사회 구성원에게도 국가가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위한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기업을 비롯한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두어 사회구성원 전체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최근 서구에서 도입되고 있는 생활임금이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지키면서 사는 데 필요한 임금을 뜻한다고 할 때, 기본소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다. 스위스는 2017년부터 실시되고 그 외 유럽의 여러 곳에서 준비 중이거나 입법 단계를 논의하고 있단다.

부러움과 한숨이 교차한다. ‘뼛속에서 치맛속까지’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미국에서도 생활임금이란 개념이 사회적 동의를 얻어가며 대통령도 적극 나서는 시점에, 우리는 아직도 최저임금 개념마저 현실에서 한참 멀다. 2016년 최저임금위원회는 시간당 6030원에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경영계의 불참으로 8차 회의도 열지 못했다. 최저임금을 더 올리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게 부담이 된다나?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이다.

자영업자를 배려하는 것들이 자식·손자들에게 빵가게 차려 주고, 피자 가게, 치킨점, 커피점, 골목시장까지 진출하는가. 중소기업을 생각한다는 것들이 납품가를 생산단가 선까지 후려치고, 중소기업 영역까지 업종을 확장하여 일감을 몰아주는가.

머지않아 재벌이 만든 병원에서 태어나 재벌이 만든 장례예식장에서 초상이 치러지게 될 기세다. 재벌이 다스릴 그 나라가 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재벌의, 재벌에 의한, 재벌을 위한 삶이 이제 속히 오리라. ‘지저스 크라이스트(Jesus Christ)’다!

재벌기업의 법인세와 부동산, 주식 등 소득이 많은 곳에 세금을 올리고, 인상될 임금 부분을 국가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지원하여 그들의 부담을 줄여 준다면, 최저임금을 미국처럼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 한꺼번에 올리자는 것도 아니다. 캘리포니아 주처럼 로드맵-현재 10달러(1만1470원)에서 2023년까지 시급 15달러(1만7230원)-을 가지고 점차적으로 올리면 된다.

기본소득은 차치하고라도 생활임금에 대한 이야기라도 정치권에서 논의되었으면 참 좋겠다. 나만의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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