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주름잡던 한국 조선업계가 위기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수주절벽’에 직면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삼성중공업이 자구계획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대우조선해양까지 이달 말 추가 자구안을 내면 전 세계 1, 2, 3위 조선업체가 모두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문제는 전 세계 조선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이미 400개가 넘는 조선소가 문을 닫았고 지금도 매주 한두 개씩 문을 닫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이 해결되려면 조선소 절반이 문을 닫아야 수요와 공급이 맞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한국 조선산업 미래를 위해 부실기업은 정리하는 게 옳다. 반대로 경쟁력 있는 기업은 살려야 한다.
우리지역 SPP조선은 부실한가. 수주잔량은 거의 바닥이 났고 9월부터는 도크가 빈다. 하지만 SM(삼라마이더스)그룹이 새주인이 되겠다고 나서 희망이 생겼는데 주인맞이가 쉽지 않다. 채권단과 SM이 매각가격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채권은행들은 최대한 비싸게 팔고 싶고 SM은 싸게 사려고 한다. 이러다가 매각협상이 실패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SPP조선 노동자와 그 가족, 지역경제가 입게 된다.

SPP조선은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57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100대 조선기업 중 최고 실적이다. ‘좀비기업’ 취급을 받고 있는 자율협약 중소중견 4개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분야에서는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 수주미래도 밝다.

채권단은 지난 2010년 5월 SPP조선과 자율협약 체결 이후 5년간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회사 문을 닫게 할 것인가.

SPP조선은 부실기업이 아니다. 당연히 정상기업에 떠넘겨 동반부실을 초래할 가능성도 낮다. 수주를 못한 건 지난해 채권단이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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