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후손에게 꼭 물려주고픈 백합 국물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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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후손에게 꼭 물려주고픈 백합 국물 맛
  • 임철규
  • 승인 2016.06.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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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규 호남통계청 농어업조사 과장
▲ 임철규호남통계청농어업조사 과장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이자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고장인 경남 사천시 사남면 화전리 병둔마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즈음이었다. 집이 바닷가와 멀지 않아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사천만에 닿을 수 있었다. 갯벌에 가면 추운 바닷바람에도 많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 백합 조개를 캐느라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1969년부터 외화벌이를 위해 백합이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사천만 갯벌에도 백합 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당시 5원을 주면 건빵 1봉지를 살 수 있었는데 백합 1개를 팔면 100원을 받을 수 있었으니 백합이 귀족 조개라고 불리는 건 당연했다. 어머니와 누나, 두 여동생과 함께 갯벌로 나갔다. 백합을 캐서 소쿠리에 가득 담아 오려는 마음이었다. 허나 어린 꼬마의 호미질에 백합이 쉽사리 잡힐 리 없었다. 갯벌을 파고 또 팠다.

그러다가 호미 끝에서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오면 지쳐있던 몸에 힘이 마구 솟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갯벌에서 사투를 벌여도 소쿠리에 담긴 백합은 예닐곱 개. 그 수는 적었지만 초등생 꼬마에게 바다가 주는 생명력과 희망은 무궁무진하게만 느껴졌다.

어린 기억 속 바다는 그런 곳이었다. 꿈과 희망을 주는 바다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국가공무원이 되고 고향을 떠난 사이 고향 바닷가는 많이도 변했다. 공단조성을 비롯한 온갖 개발로 갯벌은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의 매개체인 백합을 더 이상 캘 수 없음도 당연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5년 우리나라 어업생산량은 333만1000톤으로 2014년 330만5000톤 대비 0.8%가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천해(얕은 바다)양식어업 생산량은 166만2000톤으로 전체 어업생산량 중 49.8%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4년 154만7000톤에 비해 7.4% 증가했다. 연근해어업이나 원양어업이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천해양식어업은 매년 증가추세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전체 수산물 소비량 중 양식 수산물 비중이 3분의 2를 차지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양식산업을 미래의 중요한 식량자원의 하나로 지목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의 지속적인 상승과 이로 인한 여러 가지 자연재해로 수산업의 피해가 증가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광온성 신품종 개발 및 양식어업 기술개발을 통한 미래 식량자원 확보는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연구기관에서 반가운 소식을 발표했다.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 국제갯벌연구소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백합 자원량 회복과 어업인 소득 증대를 위해 대량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안정적인 인공종묘생산 실용화 기술개발을 통한 산업화에 나섰다고 한다. 백합 인공종묘 생산과 자원 조성 연구에 착수해 2013년 자체 기술을 확보하여 어린 치패 30만 마리를 생산·방류하는 등 자원 회복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잠재력이 무한한 바다 양식업 기술이 진일보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며,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한 노력은 더욱 더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월 31일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1996년 제정한 ‘바다의 날’이다. ‘바다의 날’은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아 바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국제상황에 적극 대처하고, 국내적으로는 국민의 해양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류는 바다로부터 시작되었고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유년시절 소중한 추억이 깃든 바다가 인위적·자연적 재해로 시들어가고 있지만 다시 원상복귀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지켜나가야 한다.

작은 것에서부터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바다의 중요성을 잊지 않는다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백합의 우윳빛 국물 맛을 우리의 후손에게도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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