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대표단 국회 방문 동행 후기

현장에서-농민대표단 국회 방문 동행 후기

▲ 국회 여상규 의원실.

[뉴스사천=이영호 기자] 한국농어촌공사 사천지사 통폐합 저지 사천시민대책위원회’(줄여 사천대책위)의 16일 국회 여상규 의원실 항의방문에 함께했다. <관련기사: "지역 국회의원에 말도 없이 통폐합 했겠나">

먼저 항의방문의 배경부터 살펴보자. 사천지사가 하동남해지사와 통폐합 된다는 소식에 사천 농업인들은 대책위를 꾸렸고 여러 차례 농어촌공사 관계자들을 만나 항의했다. 전남 나주의 농어촌공사 본사까지 찾아가 집회도 열었다. 통폐합 시행이 7월1일로 촉박한 가운데 대책위원들은 지역 국회의원이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실 대책위는 여 의원이 교통사고로 다친 점을 고려해 그동안 참아왔다. 그러다 여 의원이 제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한 모습을 보고는 이제는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설사 못 만나더라도 지사 통폐합의 부당함을 알리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한편으론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부탁이라도 해볼 참이었다.

그러나 여 의원을 만날 순 없었다. 의원실에선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 대신 보좌관과 마주 앉은 자리. 대표단은 “이렇게 될 때까지 지역 국회의원은 뭘 했냐. 대책은 있냐”고 따졌다. “그동안 충분하게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는 보좌관의 원론적인 답변에 참석자들은 답답해하며 가슴을 쳤다.

이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김영춘(더불어민주당‧부산진갑) 의원을 만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채 역시 보좌관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대표단은 농어촌공사 소관 상임위의 위원장인 만큼 김 위원장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 주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늦은 점심을 먹는 자리. 뜻밖의 소식에 대책위원들은 분노했다. 여 의원실 관계자가 김 위원장실에 전화를 걸어 ‘이 문제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힘을 합쳐 막지는 못할망정 방해하는 꼴”이라며 비난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기자도 귀를 의심해야 했다. 물론 지역구 현안에 다른 의원이 개입하는 것은 국회에서 불문율로 통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문제가 한 개인 의원으로서 풀 수 있는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는 건 의원실에서도 잘 알고 있을 터다. 이번 사태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 아니고서야, 절박한 심정의 농업인들 앞에서 의원의 위신부터 따질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천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선 이런 푸념들로 가득했다. “하동에선 사천지사 가져왔다고 칭찬할 거 아이가. 그런데 여 의원이 말라꼬 움직이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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