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진진한 자귀나무 이야기

▲ 공작의 깃털 같은 자귀나무 꽃

 공작의 깃털을 닮은 듯, 어찌보면 명주실 같기도, 부채춤의 부채 같기도, 솜털 같기도 한 자귀나무 꽃입니다. 꽃말은 '가슴 두근거림', '환희'랍니다.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자귀나무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 뒷길을 달리다 숨이 차 헉헉거릴 때 다시 만난 너는 수줍은 처녀의 미소로 다가와 터질 듯한 심장의 고통 달래 주었지."

 " 그 꽃 지면 조롱조롱 콩알 맺어 바람 따라 길 떠난다지. 이별의 그 날 오기까지 밤마다 보듬는 너의 사랑에 여름 밤은 식지 않는 것 같구나."

 김점희 시인이 쓴 '자귀나무'란 시의 한 구절입니다. 자귀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밤이나 흐린 날에는 잎이 서로 보듬는듯 접혀져 잠을 자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 모양이 마치 귀신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 소 먹이러 산이나 들로 나가면 소가 제일 먼저 입을 대는 나무가 자귀나무였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소쌀밥 나무'라고 불렀습니다.

▲ 나무 가득 피어난 자귀나무 꽃

 자귀나무의 한자 이름은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유정수 등으로 불립니다. 모두 잎들이 서로 사이좋게 붙어 잔다고 생각해서 부르는 이름인듯 합니다. 잎이 모이는 이유는 자귀나무가 더위를 좋아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밤이나 흐린 날 열을 발산시키는 잎의 표면적을 될 수 있는 한 적게하려 하거나, 잎을 모아서 태풍 등의 피해에 대비하여 최선의 방어 자세를 취하거나, 밤새 날아드는 벌레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 자귀나무 꽃

  예로부터 자귀나무를 부부 방이 있는 안마당에 심어 놓으면 금슬이 좋아진다고 하여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옛날 중국에 우고라는 사람이 조씨 성을 가진 부인과 살고 있었습니다. 그 부인은 단오 무렵 자귀나무 꽃을 따서 말린 후, 꽃잎을 베개 속에 넣어 두었다가 남편이 힘들어 하거나 우울해 하는 기색이 보이면 꽃잎을 조금씩 꺼내 술에 넣어 마시게 했는데, 그 술을 마신 후 남편은 전과 같이 쾌활한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 자귀나무

 옛날 나무하러 간 산에서 살아 있는 자귀나무를 죽은 나문 줄 알고 베었다가 당황스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베기 전까지는 게으름뱅이 아이도 거뜬히 나무 한짐 장만한 줄 알았는데... 자귀나무는 겨울잠을 오래 잡니다. 진달래도 피고, 철쭉도 피었다 지고 난 5월 하순에야 새순이 돋아납니다. 잠꾸러기 나무입니다.

▲ 바닷가의 자귀나무(거제도)
▲ 진양호 물가의 자귀나무

 자귀나무는 염분에 강해 바닷가에서도 잘 자라지만, 추위에 약해 산기슭, 산허리의 양지에서 잘 자라며, 중부 이남 지방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열매는 꼬투리 속에 달리는데, 열대지방에서는 과육이 크고 두꺼워 식용을 하기도 합니다. 겨우내 가지에 달려있어 자귀나무 근처로 새들이 많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 자귀나무와 평상

 사천대교 아래 소공원 근처에 있는 귀여운 자귀나무입니다. 앙증 맞은 평상과 자귀나무 꽃이 한폭의 그림처럼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금슬 좋은 노 부부가 서로 마주보며 자식 얘기, 농사 얘기, 이웃집 얘기 나누는 자리인듯 합니다. 

▲ 자귀나무 곁의 논둑 길과 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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