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항공정비산업 심포지엄에서 경남 측 주장

“MRO는 레드오션…항공기 제조 기술력으로 돌파”

경남 사천‧충북 청주 관계자 등 참여로 열기 ‘후끈’

KAI “7월 중 사업계획서 제출하겠다” 의지 밝혀

▲ 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항공정비(MRO)산업 발전 심포지엄’이 열렸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MRO 중에서도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반정비 이상의 기체중정비나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고급기술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건 항공기 제조 수준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7월 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있었던 ‘항공정비(MRO)산업 발전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맡은 경상대학교 항공우주시스템공학과 권진회 교수의 이야기다. MRO산업이 더 이상 블루오션(=새로이 탄생해 경쟁자가 별로 없는 시장)이 아니라는 토론자들의 이구동성 속에 우리나라 MRO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이는 곧 MRO산업의 최적지가 사천을 중심으로 한 경남임을 뜻한다.

이날 심포지엄은 정부가 2015년 1월에 ‘MRO 육성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을 전문 MRO 업체 설립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렸다. 국내 전문가와 업계, 그리고 지자체 의견을 듣는 차원이다. 권 교수 외 한서대 김웅이 교수, 청주대 조환기 교수, 항공안전기술원 최영재 선임연구원이 함께 발제를 맡았고, 다수 전문가들이 토론을 펼쳤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들은 향후 ▲30~50년간 항공산업의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는 점 ▲MRO를 둘러싼 세계적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는 점 ▲후발주자이나 우리도 최대한 빨리 MRO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했다.

이밖에 MRO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공항 배후단지로서의 MRO ▲항공정비 고급 기술 개발 ▲민수‧군수 통합 운영으로 시너지 극대화 ▲MRO산업 집적화를 위한 정부 지원 등에 주목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인식도 같이했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경상대 권진회 교수, 경남발전연구원 송부용 선임연구위원, 청주대 조환기 교수, 충북경제자유구역청 김용국 본부장.

하지만 MRO산업의 최적지가 어디냐를 두고는 경남과 충북의 뜻이 뚜렷이 엇갈렸다. 경상대 권 교수는 “MRO의 키워드는 공항, 사람, Back Shop”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관심은 앞서 언급한 대로 ‘고부가가치 창출’에 있다. 일반정비는 이윤도 낮을뿐더러 대체로 운항사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기에 엔진정비나 기체중정비, 성능개선, 심지어 리모델링 영역에 관심을 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항공기 제조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경남발전연구원 송부용 선임연구위원은 권 교수의 분석에 꼭 맞는 곳이 경남 사천임을 강조했다. 그는 “KAI라는 국내 유일한 항공기 제조사가 사천에 있고,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70~80%가 경남에 집적해 있다.”며 “사천이 MRO산업의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 들어 규제프리존 지정과 함께 지역전략사업을 선정했음도 언급하며, 항공산업이 경남의 지역전략사업임을 강조했다. 참고로 충북의 지역전략사업은 바이오의약산업과 화장품산업이다.

이에 맞서 청주대 조환기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이미 487억 원을 투입해 항공정비전문단지(청주에어로폴리스)를 조성 중에 있으며, 아시아나항공과 세 개 저가항공사 등 정비물량을 확보한 만큼 ‘규모의 경제’에 빨리 다가갈 수 있다.”며 충북 청주의 장점을 꼽았다. 토론에 나선 충북경제자유구역청 김용국 본부장은 2009년 12월에 국토부가 청주공항을 항공정비시범단지로 지정했던 일 등 역사적 배경을 내세우며 청주가 적지임을 주장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MRO단지를 어느 곳에 둘 것인지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토론 과정에서 사천이 MRO산업을 펼치기에 더 알맞은 곳임이 군데군데 묻어났다. 특히 대한항공 주규연 정비기획부 상무는 자체 MRO 경험을 전하며 “경쟁사에 비해 임률은 높고 이윤은 낮다. OEM(=주문업체)에서 잠식해 들어와 수주경쟁도 힘겹다. 따라서 기술집약형 고급화 전략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산업연구원 안영수 선임연구위원은 MRO산업 성공 조건의 하나로 “핵심주도기업”을 꼽았다. 그는 “항공사라면 운항사와 제조사가 있는데, MRO는 특성상 엔지니어링 영역이다. 운항사가 맡으면 경쟁업체의 견제로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둘 다 사천에 더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 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항공정비(MRO)산업 발전 심포지엄’에 참석한 최만림 경남도 미래산업본부장(오른쪽)과 하성용 KAI 사장(오른쪽 두 번째).

한편 이날 심포지엄은 200명 이상의 참석자들로 붐볐다. 경남과 사천, 충북과 청주의 관계 공무원은 물론 인천 쪽에서도 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개회식 행사에는 KAI 하성용 사장도 참석해 관심을 전달했다.

사천시 공무원 20명과 함께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상돈 우주항공국장은 “우리부터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뜻에서 관련 부서 직원들이 공부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며 “오늘 토론이 사천에 좋은 결과를 주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정부 지원을 받을 전문 MRO 업체 설립과 관련한 향후 세부 일정에 관해 이날도 말을 아꼈다. 항공정책실 정용식 첨단항공과장은 “지금이라도 업체로부터 사업계획서가 들어오면 꼼꼼히 살펴 타당성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예비타당성 검토를 하게 될 것”이라며 업체로 공을 돌렸다. 국토부는 운항사를 포함한 합작법인이 MRO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해 왔다.

이와 관련해 KAI 조연기 전략기획본부장은 “국토부에서 제시하는 요건을 갖추고 지난 6월말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려 했으나 이번 심포지엄 때문에 미뤘다. 늦어도 7월 중에는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 이날 심포지엄에는 김상돈 우주항공국장(앞줄 맨 오른쪽)을 비롯한 사천시청 관계 공무원들이 20여 명 참석해 토론 과정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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