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펌프장' 공사로 도로와 건물이 갈라지고 물도 새 '말썽'

사천시가 선구동 중앙시장에 배수펌프장 설치 공사를 하는 가운데 도로와 주택에 금이 가는 피해가 발생해 인근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공사장 주변 도로가 3cm 가량 갈라진 모습.
사천시가 저지대 침수에 대비하기 위한 배수펌프장 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가운데 공사장 인근 주민들이 건물 균열과 누수현상 등을 호소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배수펌프장은 사천시가 총사업비 97억여원을 들여 배수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는 선구동 중앙시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 배수펌프장(48억원)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2층 건물에 10㎥의 물을 1분에 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펌프시설 2기를 갖추고 있다. 또 지하에 빗물을 최대 3280㎥ 저장할 수 있는 시설도 갖췄다.

이 배수펌프장 설치 공사는 지난해 7월에 시작했지만 1년을 꼬박 넘긴 지금까지도 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공사과정에서 인근 도로와 주택에 금이 가고 땅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당연히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굵은 장맛비가 내리던 7월7일 오후, "집안에 비가 샌다"는 등의 피해소식을 듣고 찾아간 중앙시장 상가. 주민과 상인들의 말대로 건물 곳곳에 금이 갔고, 아예 빗물이 스며드는 곳도 있었다.

공사중인 중앙시장 배수펌프장 시설.
공사장 가까운 곳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백아무개(47)씨는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멀쩡하던 집 방바닥에서 물이 새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이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되나?”

7일 살펴 본 백씨의 집은 건물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 벽지에는 곰팡이가 펴 있었다. 또 방바닥은 장판이 걷힌 채 시멘트가 새로 발라져 있었다. 바닥에서 물이 새어 나오자 시공업체가 급히 보수공사를 했지만 일부에서는 손바닥이 흠뻑 젖을 정도의 물기가 여전했다.

민원해결을 위해 동분서주 하다 최근 갑자기 쓰러진 그녀의 남편과 평소 지병이 있던 시어머니를 병원에 맡겨 둔 채 어린 아들(초5)과 11일째 여관생활을 하고 있다는 백씨는 가족이 정상적으로 모여 살 수 있도록 사천시와 시공업체가 하루 빨리 대책을 세우기를 바랐다.

시공업체가 바닥 보수 공사를 했지만 여전히 물이 새고 있다.
곰팡이가 핀 벽지.
오갈 데 없는 짐이 창고에 쌓여 있다.
집주인 백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시장 배수펌프장 공사현장 주변에는 배씨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상인들이 많았다. 어떤 집은 건물외벽과 마감타일 사이에 공극이 생겨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고, 지은 지 얼마 안 된 숙박시설임에도 멀쩡하던 바닥타일이 솟구치고 지하에서 물이 솟아 건물주들이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밖에도 건물에 금이 가고 도로가 갈라지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자 피해주민들은 한 달 전 ‘중앙시장 펌프장 피해 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사업임을 감안해 조용히 해결하려 했던 생각을 바꾼 것이다.

주민들의 주장은 안전을 고려해 먼저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취하라는 것과 건물피해와 영업피해 등에 책임을 지고 사천시와 시공업체가 피해보상을 약속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주일째 공사진행을 막고 있다.

이에 시와 업체의 생각은 비슷하다. “현재 원인을 찾기 위해 건물 구조안전진단용역을 전문기관에 맡겨 놓은 만큼 그 결과를 보고 난 다음에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건물에 발생한 피해는 책임지겠지만 영업피해와 정신적 피해는 책임질 수 없다”는 것도 한결 같은 입장이다.

결국 건물피해 밖의 피해요구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하거나 법적 소송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피해주민대책위는 “시공설계와 시공과정에서 시와 업체의 잘못이 명확히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들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책위가 주장하는 ‘잘못’은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지하수의 흐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앞으로도 이 부분이 논란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주민대책위 관계자가 건물 외벽 타일 붕괴를 우려하며 가리키고 있다.
장맛비가 쏟아지자 시공업체에서 임시방편으로 건물 외벽을 비닐로 감싸고 있다.
배수펌프장 공사 현장 근처의 한 모텔. 건물에 금이 가고 누수가 심하다.
공사장 주변 도로가 길게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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