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몰라도 이주민은 다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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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몰라도 이주민은 다 알아요”
  • 하병주 기자
  • 승인 2008.09.22 10: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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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결혼이민자의 벗 사천이주노동자센터
차례 지내고 성묘 다니고 음식도 나누고... 오랜 만에 만난 형제와 친지들이 한창 정을 나누던 지난 한가위 점심시간, 사천읍 수양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또 다른 열기로 가득 찼다. 결혼이민자들과 그의 가족,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추석맞이 문화한마당’ 행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약 200명의 행사참가자들은 이날 연날리기나 굴렁쇠놀이 등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는 물론 자국의 전통놀이도 함께 즐겼다. 또 떡, 부침개, 잡채, 식혜 등 전통음식도 즐겼고 노래와 장기자랑으로 저녁시간까지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추석 오후에 사천이주노동자센터에서 마련한 추석맞이 문화한마당이 수양초등학교에서 있었다. 참가자들이 우리의 민속놀이인 연날리기(위)와 인도네시아 민속놀이인 마대로 달리기(Balap Karung/ 가운데), 발맞춰 함께 뛰기(Balap Bakiak/ 아래)를 즐기고 있다.

이 아름다운 만남의 시간을 만들어준 이들이 있다. 바로 사천이주노동자센터(이사장 성태언 목사) 관계자들이다.

사천이주노동자센터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그리고 그 자녀들이 우리 지역에서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게 돕기 위해 2004년12월에 문을 열었다. 그동안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포함해 컴퓨터 교실, 인권․산재 상담, 포토스튜디오 창업교실, 운전면허교실, 자녀를 위한 미술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지난 9월17일 정동면 고읍리 한보2차아파트 상가 지하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건물 바깥까지 큰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생활이 비교적 짧은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어교실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중이었다.

강사는 자원봉사자 박점순(34)씨였다. 그녀는 물건을 사고파는 상황을 설정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우는 학생들 입장에선 그게 아닌 모양, 실수와 그에 따른 웃음꽃이 연신 피었다.

분위기는 매우 자유로웠다. 학생들은 대부분 갓난아기를 데리고 있었고, 어떤 이는 교실바닥에, 어떤 이는 책상 위에 아이들을 앉혀 두고 아이와 강사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한국어 교실 수업 장면.

옆 교실은 컴퓨터교육에 푹 빠져 있었다. KT 직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 IT서포터즈 회원들이 사진편집기능을 가르치고 있었고 주부 학생들의 눈빛은 아이들 못지않게 초롱초롱 빛났다.

컴퓨터교실과 포토스튜디오 창업교실은 이주노동자센터에서 특별한 무게감을 갖는다. 이주민의 정착을 유도하는 뜻으로 본다면 대단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화생활뿐 아니라 자녀교육 또는 직업을 갖는 기회 제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시집와 9년째 살고 있다는 로첼에이 마나따(32, 고성하이)씨는 “인터넷을 배워 아이들 숙제를 도울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취업기회도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KT IT서포터즈 회원들이 무료로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

이주노동자센터는 이밖에 매주 화요일 운전면허교실을 열고 있다. 이미 원동기면허시험에 8명이 통과한 것을 비롯해, 올해 들어 5명이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실기시험에 대비하고 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결혼이민자 자녀들에게 미술을 가르친다. 단순히 그림 그리는 기능에서 벗어나 위축되기 쉬운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주노동자센터에서 제공하는 모든 문화프로그램은 무료다. 게다가 삼천포/고성방향, 곤양/서포방향 그리고 사천읍내 이렇게 세 방향으로 차량을 운행해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정기 사무국장이 운전면허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 오미애씨의 운전 실습하는 모습(오른쪽).

주중 시간이 결혼이민자와 자녀들을 위한 것이라면 휴일은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다. 이들은 회사나 공장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까지 이야기하고 상담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주노동자센터까지 발걸음을 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이정기 사무국장은 회사를 일일이 방문해 노동자들과 만남의 기회를 갖고 있었다. 그는 사천지역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합법 불법 포함)들을 대부분 알고 있다고 장담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나 시청에서 파악하고 있는 현황은 아주 형식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민자 가정이나 노동자들의 일터를 직접 방문했지요. 늦은 밤 공장을 방문하면 관리자 1명을 빼면 모두가 이주노동자들일 경우가 많아요. 이들이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이정기 사무국장(가운데)과 그의 아내 변한얼씨 그리고 자원봉사자 최연수씨(오른쪽)가 센터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주노동자센터는 자원봉사자의 활동과 후원인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수가 많지는 않은 상황. 그래서 이정기(39) 사무국장과 그의 아내 변한얼(39)씨가 돋보인다.

이들은 결혼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다니던 교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진행을 돕다가 아예 이들을 위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고향(진주)과 가까운 사천으로 무작정 내려온 것이다.

“처음엔 사무실도 없이 시작했는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린다고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줬습니다. 이주노동자나 결혼이민자가정도 점점 저희의 진정성을 알아주더라고요.”

택시운전사인 최연수(43)씨도 자원봉사자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자국 가정에 초대받아 가본 적이 있는데, 그들에겐 너무나 귀한 아들이요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으면 좋겠어요.”

사천이주노동자센터는 그 동안 이주민들을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세계인의 날’에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결혼이민자 자녀들이 미술교육을 받는 모습(왼쪽). 다양한 꽃을 섞어 아름다운 꽃케익을 표현했다.

오전10시에 시작한 수업이 12시께 끝났다. 순간 일본말로, 중국말로, 필리핀 영어로, 베트남어로, 인도네시아어로.... 다양한 언어가 섞여 시끌시끌했다. 그런데 그것은 한국어로만 듣는 ‘시끌’함과는 뭔가 달랐다.

미술작품이 아니어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아니어도 다양함이 조화를 이루면 그 무엇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국인들은 몰라도 이주민이나 외국인들은 다 안다는 사천이주노동자센터! 오늘도 대한민국 문화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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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2008-09-23 16:40:54
다름이 '낮섬'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주민들은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됐습니다.
영국작가 존버거의 "제7의 인간"이란, 터키 이주민을 다룬 책을 본적이 있는데, 작가는 동정이 아닌 관용과 포용으로, 하나가 아닌 다양성으로, 민족국가가 아닌 세계시민으로서의 자각이 이젠 필요하단 지적을 하더군요!!!

저도 동의 합니다. 그리고 주말에 우리는 편히 쉴때 그들은 이 사회를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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