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의 교육이야기

장관 해임 건의를 국회가 했다는 이유로 여당 대표가 단식 농성을 하다가 이렇다 할 명분 없이 슬그머니 그만두었다. 정치적인 일이라 교사인 내가 왈가왈부 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남의 일이라고 보기에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정치현실이라 그저 한심하게 느껴진다. 교육도 정치도 결국 우리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교육과 정치를 분리하여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생각하니 여당 대표의 단식뿐만 아니라 최근의 여러 정치적인 상황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고교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정치 현실을 눈 감으라고 할 수도, 또 정치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라 할 수도 없지만 사회현상으로 일어나는 정치적 문제가 아이들에게 보여지지 않을 리 없다. 아이들은 그저 별 다른 반응 없이 그 일을 보지만, 그들에게도 최소한의 기준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땅의 정치현실이 우리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권력과 자본이 야합하는 온갖 뉴스를 아이들은 들을 것이며, 도대체 논리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정치가들의 궤변과 억지를 아이들은 여과 없이 들을 것이다. 교사는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으므로 이런 저런 일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야 하니 사태의 판단을 어떻게 하든 그것은 순전히 아이들 몫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교육은 합리성과 다양성, 그리고 보편성을 바탕으로 한다. 비록 성적으로 아이들을 구분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이 땅의 보편적 이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학교육을 포함하여 초, 중, 고 교육은 이러한 교육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와 개인 모두가 엄청난 자본과 노력을 투여하고 있다. 그 노력의 주체는 당연히 우리 국민 모두이며 동시에 국가이고 또 국가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국가 경영자들과 정치인, 그리고 지도적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태도는 그 주체로서의 자격을 방기하고 교육은오로지 교사나 교육관련 종사자의 임무라고 여기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태도는 아이들의 합리적이고 보편적 성장을 방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좋지 못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책임 없는 행동을 하는 당사자들이 오직 학교만 최선을 다하여 아이들을 잘 키워내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엄중한 책임회피요, 미래를 모르는 자들의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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