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숨고르기

▲ 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대학 선배 한분이 자신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바뀌었다고 하였다. 사십대 중반에는 스포츠 중계를 주로 보았는데, 오십대 중반이 되니 요리 프로그램을 주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라기보다는 사회와 환경의 변화가 한 몫 한 것이었겠지만, 소득이 오를수록 요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 날 것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먹을거리에 대한 방송이 넘쳐나고 있고,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비만이 질병으로 간주되는 세상을 살면서, 건강하게 사는 데 필요한 먹을거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그 때문인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하고 채식 위주의 식단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리어 키스 (Lierre Keith)라는 사람은 ‘채식의 배신(2009, 한국 출간 2013)’이라는 저서에서 스스로 20년간 동물성 식품을 입에 전혀 대지 않는 극단적인 채식을 실천하고 채식주의자의 주요 주장이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반박한다. ‘포화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할수록 심장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방 가설을 반박하고 채식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콩의 위험성을 제기한다.

이보다 앞서, 제레미 리프킨 (Jeremy Rifkin)이 쓴 ‘육식의 종말(1993, 한국출간 2002)’에서는 쇠고기를 과잉 섭취하여 생긴 질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고, 특히 곡물로 사육된 쇠고기를 탐식하고 있기 때문에 심장발작, 암, 당뇨병 등과 같은 ‘풍요의 질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에서 소개한 두 책은 단지 영양학적으로 채식이 좋은지 아니면 육식이 좋은지를 주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각각 환경운동가와 미래학자인 저자들이 분명하게 짚고자 한 것은 환경적, 경제적, 인간적 해악의 피해에 관한 견해를 말한 것이지만, 독자들은 채식과 육식 중 무엇을 택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올해 출간된 ‘지방의 역설’이란 제목의 책이 화제가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밥상에서 비만 문제의 원인이라 지목된 지방, 특히 포화지방을 줄이려고 애써왔는데, 저자인 니나 타이숄스는 우리가 지방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젠 채식과 육식의 논쟁에서 탄수화물과 지방의 논쟁으로 변한 듯하다. 이에 따라 세 개의 공영방송에서 ‘탄수화물과 지방’을 주제한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두 개의 방송에서는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역설적으로 비만을 줄이고 여러 지표의 개선을 가져온다는 내용이었고, 하나의 방송은 탄수화물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 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과학적으로 어느 주장이 맞는지를 명백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대사’라고 하는데 그 과정은 마치 네트워크와 같이 서로 얽히고설키어 있어서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너무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다. 옛 어른들이 하신 말씀은 틀린 적이 없다. “아가. 골고루 꼭꼭 씹어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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