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P조선이 결국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수주실적이 전혀 없어 더 이상 만들 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막바지 작업 중인 2척의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은 11월 5일이면 사천조선소를 떠난다. 근로자들도 사천을 떠나고 있다. 올해 초 3000명이 넘던 협력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본사 직원들도 2차례 구조조정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11월 말에는 250명 이상이 또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총무부서 등에서 필수 인력만 남게 되고 배가 없는 조선소는 황량한 겨울을 맞게 된다.

SPP조선은 계열사 투자 실패와 파생상품 손실로 지난 2010년부터 우리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지금까지 관리를 받고 있다. 올해 초 삼라마이더스(SM) 그룹과 매각 협상이 진행됐지만 결국 매각금액을 놓고 의견차를 보여 실패했다. 채권단은 현재 고성·통영조선소 매각을 추진 중인데 사천조선소 재매각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달 말 정부가 발표할 조선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에 SPP조선의 운명이 달려 있다.

매각협상 결렬 후에도 사천조선소 인수에 관심을 보여 온 SM그룹 관계자는 매각협상 실패의 원인이 가격문제도 있지만 결국 선수금환급보증(RG)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RG 발급을 약속해 주지 않아 인수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뒤늦게 RG 발급을 약속했지만 이미 선주들의 마음은 떠난 때였다.

SPP조선은 지난해 말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 간 신경전 때문에 모두 8척에 달하는 선박의 수주협상을 마쳤는데도 RG 발급이 거부되며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당시 감사원에 이어 정치권까지 가세해 사태 파악에 나서는 등 문제가 커지자 채권단은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이런 현실을 본 SM그룹 입장에서는 다른 것보다 채권단의 RG 발급 보장이 가장 중요한 인수조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SPP조선 직원과 가족들의 생계는 채권은행들의 핑퐁게임에 희생됐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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