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병주 뉴스사천 발행인

사천시가 오랫동안 사업 추진이 안 되고 있는 산업단지 3곳에 대한 실시계획승인을 최근 취소했습니다. 나아가 10월 말까지 행정절차를 밟아 아예 산단 지정을 해제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진즉에 했어야 할 일, 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결정이라 여깁니다. 물론 사업시행자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요.

산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엇갈려 왔습니다. 하나는 산단이 곧 발전이자 도시의 성장으로 믿고 지지하는 경우지요. 20세기 후반, 우리나라 고속성장을 경험한 세대들은 공장을 짓고 도시화가 이뤄져야 잘 사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텅 비어 가는 농촌을 지켜보는 안타까움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시선도 있습니다. 이들은 환경오염과 쾌적한 주거환경의 훼손과 같은 산단 이면에 있는 그늘에 더 주목합니다.

사천시가 산단 3곳을 지정 해제하려는 지금, 이 두 가지 시선을 다시 바라봅니다. 산단이든 개별공장입지든,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것들을 아예 부정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제때, 필요한 곳에, 알맞은 양의 공장부지를 제공하는 일은 오히려 꼭 필요한 일이지요.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젭니다. 어느 샌가 산단 또는 개별공장입지는 투자를 넘어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법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며 강산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푸르던 숲이 검붉은 속살을 드러낸 채 방치되어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국‧공유지가 적당히 포함된 농촌의 값싼 땅을 물색한 다음 그 땅을 사들이거나 토지사용승낙을 받아 산단조성계획을 세웁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의 보호 아래 지자체로부터 사업승인을 받고 나면 금융권에서 대출 받기도 쉬워지고, 사업에 반대하는 지주의 땅까지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됩니다. 이 과정에 마치 입주 업체가 예정되어 있는 양 서류를 꾸미기도 합니다. 나무를 베고 흙을 파 뒤집고 때론 흙과 돌을 팔아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까집니다. 사업시행자는 일을 마무리하지 못합니다. 더 이상 사업자금을 댈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한탕 하려 했으나 쪽박만 남습니다. 예정된 참사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부실 산단이 태어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부실 산단은 실속 있는 산단 조성에는 커다란 장애입니다. 지금 사천시에는 지정 해제 움직임이 있는 3개 말고도 10개 이상의 산단 조성계획이 더 진행되고 있고, 그 중 몇몇은 역시 부실해 보입니다. 더 늦기 전에 작별을 고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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