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나라가 어수선하다. 소위 ‘최순실 게이트’라고 이름 붙은 사건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요동을 치고 있다. 자세한 내막이야 어떻던,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러 가지 증거만으로도 허탈감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민들도 ‘게이트’란 말에 익숙해 져 있는 듯하다. 게이트란 말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유래하였는데, 큰 파문을 일으킨 정치적 음모, 부정부패, 비리등의 사건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최순실 게이트’처럼 파문을 일으킨 사람이나 장소나 핵심이 되는 단어 뒤에 붙여 쓴다. 성완종 게이트, 영포게이트, 박연차 게이트, 진승현·이용호·최규선 게이트, 한보 게이트 등 대형 비리사건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미국의 연방 수도인 워싱턴 D.C에 ‘워터게이트’란 빌딩은 호텔, 아파트, 사무실로 사용되는 건물이다. 1972년 6월, 호텔 경비원은 출입문에 이상한 테이프가 묶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호텔에 불법침입이 있는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출동한 경찰은 다섯 명의 남자들을 현장에서 체포하여 수사한 결과 이들은 민주당 선거 사무소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였고, 이를 확인하려고 재차 침입하였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절도 침입으로 생각되었지만, 백악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워싱턴 포스트’란 신문의 기자들의 조사가 확대될수록 이 사건이 닉슨 행정부와 관련 있다는 인상이 짙어졌다.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민주당 현역의원은 물론, 행정부 내의 관리까지 전 방위적으로 감시 활동을 했으며, ‘워터게이트 사건’은 바로 야당후보 예상자들에 관한 정보를 빼려다가 적발된 사건이었다.

닉슨은 이 사건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하였으나, 재선된 다음 열린 재판에서 닉슨 대통령의 측근들이 관련된 것으로 밝혀지고,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하여 백악관이 상당한 공작을 하였음이 드러나게 되었다. 닉슨은 이 사건과의 관련을 부인하면서 네 가지 거짓말을 하게 된다.

첫 번째 거짓말은  ‘나는 부정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모든 것을 부인한 것이다. 두 번째는 자기에게 충성하던 부하들이 ‘자신도 모르게 한 개인적인 일’ 이라고 변명한 것이다. 입막음용으로 백악관에서 돈을 주었다는 의혹에 대해 닉슨은 “돈을 주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이를 승인하지는 않았다”고 변명하지만 이 말도 보좌관의 폭로 때문에 세 번째 거짓말로 드러나게 된다. 네 번째 거짓말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자동으로 녹음되는 테이프에서 18분간 공백이 우연히 실수로 지워졌다고 하여 권력남용의 혐의를 은폐하려 한 것이다. 결국 닉슨은 대통령직에서 사임하게 된다.

이미 40년이 훨씬 넘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들여다보면 많은 단어가 떠오른다. 의회, 검찰, 언론..... 그보다 더 많은 생각이 머무는 단어는 거짓말이다. 진실만큼 설득력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사태수습 방안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