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돈키호테', 23일. 24일 사천문화예술회관서 열려

'돈키호테' 출현 배우들이 사천문화예술회관에서 막바지 연습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왼쪽부터) 산초역에 한갑수, 극단장 고능석
“예전 유랑극단의 황금시대엔 우리는 그저 웃고 떠들며 관객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광대로 족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변했습니다. 우리의 사명과 역할 역시 바뀌었습니다. 절망의 시대에 무기력한 스페인에게 다시 희망에 대해 말하는 것! 시민들을 일깨워 꿈과 이상에 대해 말하는 것! 단원 여러분 자긍과 확신으로 오늘의 고통을 내일의 희망으로 만듭시다.”

“나의 원수에 찔려 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나의 영혼 하나,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아픔을 견디며 침묵하는 것.”


현실의 고통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희망의 씨앗을 싹트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서라는 연극 ‘돈키호테 희망유랑극단’의 주인공인 극단장의 한 대사다.

돈키호테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는 배우들.
경남에서 내로라하는 연극인들이 모여 야심차게 준비한 연극 ‘돈키호테 희망유랑극단’이 배우들과 스텝들의 쏟아낸 땀과 열정 끝에 드디어 무대 위에 오른다. 지난 5월20일 제작발표회 이후 꼬막 2개월만이다. 첫 무대는 사천문화예술회관으로, 23일과 24일 이틀간 저녁 7시30분에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연극은 경남지역 전문 연극인들로 구성된 경남예술극단의 9번째 정기공연 작품으로, 특히 올해는 사천지역의 유일한 극단인 ‘장자번덕’출신의 배우들과 스텝들이 대거 참여해 지역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돈키호테 희망유랑극단’에 참여하는 배우와 스텝은 모두 30여명이다. 장자번덕에서는 연출은 맡은 이훈호 대표를 비롯해 11명,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다. 사천시 궁지동에 위치한 장자번덕에서 모든 연습이 이뤄졌다.

연출을 맡은 극단 장자번덕의 이훈호 대표. 막바지 연습에 눈초리가 매섭다.
연출을 맡은 이훈호씨는 “원 대본을 세 번이나 수정할 정도로 이번 연극에 열정을 쏟았다”고 했다.

“원래는 돈키호테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을 주제로 했는데, 너무 빤한 얘기라서 작가와 계속 대화를 해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부정한 사회를 깨부수고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 가자는 것으로...”

예술은 그 시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연출가는 연극 돈키호테를 통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의 상황을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이 부분은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싶다.

‘돈키호테’는 오는 30일 저녁 7시30분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 8월6일 저녁 6시 거제문화에술회관 대극장에서도 볼 수 있다.

< 줄거리 >

산초는 돈키호테가 죽자 돈키호테가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고 불렀던 그의 마음 속 연인 알돈자 로렌에게 가 그가 생전에 전하지 못한 편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처녀 농부 알돈자는 자신을 공주나 귀부인에게 맞을 이름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 부르며 열렬히 사랑했다는 돈키호테를 알지 못 한다.

산초의 장난쯤으로 치부하는 알돈자, 한편으로는 어릴 때부터 밭이나 갈고 무릎에 진흙 묻혀가며 돼지들이나 씻기며 살아온 자신을 돌아본다. 그런 자기를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로 추앙하며 온 열정을 바쳤다는 얼굴도 모르는 한 남자를 떠올리며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멀리서 들리는 유랑극단의 음악소리,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이름을 되뇌기며 그녀는 문득 유랑극단이 사라져간 쪽을 바라본다.

그로부터 5년 후, 돈키호테의 고향 라만차 마을에 산초와 알돈자가 소속된 희망유랑극단이 '정의를 찾는 편력 기사 돈키호테'란 연극을 가지고 찾아온다.

이전, 극단장에게 세상이란 눈물과 탄식과 슬픔의 깊은 밤이었다. 매일 날이 밝지만 긴 밤이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으로 숨이 막혀 살았다.

그때, 산초가 전한 돈키호테의 모험 이야기는 절망보다 무거운 무력감을 극복할 출구가 된다. 그는 어두운 하늘에 별 하나를 갖게 된 것이다. 캄캄한 세상을 나아가게 인도 해주는 별을... 돈키호테의 꿈과 이상은 극단장을 살아 있게 했다.

그는 돈키호테가 이루고자했던 황금의 시대에 대한 이상을 품고 세상을 편력하며 부정과 불의에 연극으로 맞서겠다며 “정의를 찾는 편력 기사 돈키호테”를 제작한 것이다. 그는 돈키호테의 가치에 완벽히 호응했고 이미 그와 한 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라만차 마을은 산초가 떠난 5년 동안에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돈키호테의 조카 남편인 산손 카라스코가 영주가 되면서 유력 계층의 미움을 살 만한 조치들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정책을 폈다.

시민들은 왕과 유력계층을 위해 과중한 세금과 부역을 감당해야했다. 산손은 희망유랑극단의 연극이 시민들을 자극하고 선동한다고 규정하고 경찰을 동원하여 방해하며 극단장과 대립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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