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숨고르기]

▲ 김재원 경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컨퍼런스(conference)라는 말은 어떤 주제에 관해 협의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을 가리킨다. 과학등의 학계에서 연구 활동을 발표하는 학술회의가 가장 흔한 예일 것이다. 학술회의를 유치하려는 경쟁은 경제적 이익이 적지 않기 때문에 사뭇 치열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아무리 작은 학술회의라도 개최 기간이 3일 이상이고 참가인원은 작게는 이삼백 명에서 많게는 천여 명에 이른다. 학술회의에 참가하는 사람들 중에는 가족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들이 학술회의 기간 중 숙식으로 쓰는 돈은 바로 시장에 풀리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컨퍼런스 유치 사업은 환경을 해치지도 않으며, 공해가 발생하지도 않는 그야말로 무공해 친환경 사업인 것이다.

한일 월드컵이 한창인 2002년에 러시아에서 개최한 학술회의는 정말 특이했다. 그 때만 하여도 러시아의 경제사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개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국제 학술회의를 유치하려고 정부가 적극 나섰다고 했다. 학술회의는 보통 호텔이나 회의장에서 하는 데, 이 학술회의는 쌩 페테스부르그에서 참가자들을 배에 싣고 볼가 강을 따라 모스크바까지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진행되었다. 학술회의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도록 유도하고 그로 인해 경기 활성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최근 전자메일로 국제 학술회의 홍보물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편지 중 대부분은 중국에서 오는 것들이다. 중국은 몇 년 전부터 학술회의를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듯하다. 초기에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개최되더니 점차로 시안 등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는 학회 홍보물이 넘쳐난다. 정기 학술회의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간헐적 학술회의를 주관하기도 하는 등 공격적으로 학술회의를 유치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매달리는 듯하다. 몇 년 전 참가하였던 학술회의에는 그 도시의 시장이 직접 나와 인사를 하고, 경찰이 학회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를  에스코트를 한 적도 있어 두고두고 회자에 올랐다.

컨퍼런스 시티로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도시는 독일의 본(Bonn)이다. 옛 서독의 번영을 나타내는 말인 ‘라인강의 기적’의 라인강은 이 도시를 끼고 흐른다. 위대한 작곡가인 베토벤의 고향이기도 한 본은 옛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의 수도였다. 그렇지만 통일 독일의 수도가 베를린으로 정해지면서 서독의 정치적, 경제적 중심이었던 이 도시는 어느 날 느닷없이 국가 수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당연히 수많은 국가 공무원들이 도시를 떠났고, 따라서 도시의 기능은 축소되고 그에 따라 경제 사정이 악화될 것은 너무도 뻔했다. 그러나 지금의 본은 그런 우려에서 벗어나 있다. 도심의 공동화 현상과 경기 악화를 겪지 않은 것은 본이 ‘컨퍼런스 시티’로 다시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사천을 컨퍼런스 시티로 만들 수는 없을까? 사천이 가지고 있는 관광 인프라와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를 잘 연결시키고, 적극적으로 학술회의를 유치한다면 안 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 항공 산업을 발전시키고 조선 산업이 활성화되어 사천시를 먹여 살릴 수 있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만일 기계항공 산업의 육성을 한 축으로 하고, 다른 한 축으로 컨퍼런스 시티로 발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생각에 따라서는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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