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댐의 사천만 방류 피해는 사천 어민들에게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가 됐다. 멈추지 않았던 피해보상 요구는 법 앞에 사라져버렸다. 지난 2012년, 47일 간 이어진 대전 한국수자원공사 본사 앞 천막농성도, 어민 김성진 씨의 37일간 단식농성도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보상 요구를 포기할 수 없다.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 2일 사천시청에서 열린 사천시어류양식협회 기자회견 모습.

지난 2일 오전 사천시청 브리핑룸에는 사천시어류양식협회 소속 어민 1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두리양식 어업을 하는 이들은 “남강댐 보강공사에 따른 양식생물 피해에 대해 수자원공사가 특단의 지원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어민들은 “남강댐 보강공사 중에 입은 양식생물 피해 때문에 금융기관과 사채로 돈을 빌려 회복해 왔지만 누적된 피해와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어 채권자들에게 경매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매 처분된 어민들의 자산은 어장과 선박, 토지, 가옥 등 45건이다. 이들은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금융거래와 경제활동 중단, 자녀진학 포기, 가정파탄, 자녀들의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 자녀결혼 포기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제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해상가두리양식 어업면허를 교부받아 어류양식어업을 경영해 왔다. 그러나 남강댐 보상공사로 인해 8.5㏊ 양식장에서 시가로 187억 원의 생물피해액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어민들은 “수자원공사는 187억 원 중에서 100억 원을 우선 지급하기로 한 이행협의서를 체결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45건이 채권자에게 경매를 당했다”며 “수자원공사는 피해는 인정되지만 보상해 줄 권한이 없다며 피해보상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행협의서는 2012년 5월에 체결됐다. 이들은 남강댐 보강공사로 인해 발생한 생물피해는 재산상의 특별한 희생으로 ‘손해전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당한 보상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것. 손해전보는 행정작용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국민의 재산상의 손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갚아 주는 재산상의 실체적 구제 제도다. 때문에 어민들은 이행협의서 약정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지난해 창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오는 8일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 2일 남강댐 관리단 정문 앞에서 열린 집회 모습.

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연 후 진주 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 정문 앞에 집회신고를 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심부택 피해어민 대표는 “수자원공사가 어떤 기관인데 근거도 없이 피해 어민들에게 100억 원의 약정서를 써 줄리 만무하다”며 “현재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수자원공사는 어민들을 기만하고 있으며 공기업으로서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비난했다.

심 대표는 “이렇게 경매를 당한 사실을 알리는 것도 부끄럽다. 오늘 기자회견이 알려지면 채권자들은 우리에게 당장 돈을 받으러 올 수 도 있다”며 “살아갈 방법이 없다. 수자원공사와 더 이상 타협은 없다. 남강댐에 육신을 묻고 싶은 생각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자원공사 측은 1969년 남강댐 건설 당시 보상을 해 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때 당시 보상은 그 자체로 끝난 것이며 남강댐 보강공사로 인한 피해는 다른 문제다”라며 “우리 가두리 양식어업 면허는 면허가 나지 않는 구역이 아닌 공유수면에 있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인 우리 어업권과는 관계가 없는데 보상을 미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천 어민들은 그동안 남강댐 방류 피해 보상과 관련해 6번의 소송을 벌였다. 모두 수자원공사의 승리로 끝났다. 1969년 어업피해 소멸권 보상이 이뤄졌다는 것과 함께 사천만 지역 어업 허가 부칙에 재산피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 측은 어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동안 법원 판결에 나왔듯이 보상에 대한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어민들이 주장하는 이행협의서 이행 요구는 합의가 아닌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었을 뿐 보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행협의서를 작성한 게 있는데 민원인 측에서 피해액에 대한 우선 지급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는 ‘지급이 가능한지 여부를 답변해 주겠다’고 한 것인데 어민들은 ‘지급을 해주겠다’라고 잘못 해석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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