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하더니 이내 한 잎 두 잎 허공을 가르며 떨어진다. 봄이 그렇게 우리를 스치고 가면 5월 이 나라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다가온다. 이번에 선출될 대통령에게는 지난 정부의 적폐들을 해소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가 부여될 것이다. 나는 현직에 있는 교사이므로 새 대통령이 내 세우는 교육공약에 관심이 더 많다. 교육이 나라의 근본인 것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할 필요가 없다.

현재 여러 여론 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는 후보의 교육공약들은 교사인 나의 관점에서는 대부분 공약(空約)으로 느껴진다. 교실 혁명을 이야기하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지만 대학을 그대로 두고 고등학교 교육을 변하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어떤 후보는 현행 633제의 학제를 552제 개편을 이야기하지만 이 역시 숫자 노름일 공산이 크다. 그 이유는 우리 아이들의 부모와 이 사회가 여전히 “명문대학=출세와 돈”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즉,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명문 대학에 내 아이를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여전하고, 그렇게 하는 것만이 돈과 권력을 담보한다고 강력히 믿고 있는 이상 그 어떤 교육정책도 공염불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진 최악의 적폐일 것이다.

아직 17세인 고등학교 1학년에게 물어본다. “꿈이 뭐니?” 그러면 아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한다. “부자요” 그 목적은 아이들 스스로 찾은 것은 아니다. 이 사회가, 그리고 이 사회에 사는 그들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무심결에 심어준 꿈과 희망이다.

대통령에 당선되어 정말 교육을 고민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누군가에게 정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든 원인을 깊이 고민해보고, 마치 선지자가 된 것처럼 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려 들지 말고,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의 이야기를 낮은 자세로 들으면서 그 대안을 입안하고 검증하여 이념이 다르고 정책이 다른 다음 정부 또 그 다음 정부도 그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우리 사회의 적폐 또한 단 시간에 생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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