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제’ 올리며 마을의 안녕 빌어.. 주말엔 장승만들기 체험

사천시 축동면 하탑마을이 18일 장승제를 지냈다. 하탑마을은 앞으로 '장승과 솟대의 마을'로 불리게 됐다.
“삼재팔난 근심걱정을 멀리멀리 내쳐 주시옵고, 산에 올라 산신소망, 들로 내려 농사소망, 집에 들어 가택소망, 부부지간 자손소망...”

18일 오전 10시, 사천시 축동면 하탑마을 넘어가는 고갯마루(일명 배고개)에는 이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비는 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 축문을 읽는 사람은 한국장승진흥회 최해열 회장이요, 제관으로서 두 장승 앞에 엎드린 사람은 박동선 사천문화원장이다.

박동선 문화원장과 최해열 한국장승진흥회 회장이 장승에 제를 올리고 있다.
이는 하탑마을(이장 박영식)에서 마을 주요 길목에 장승과 솟대를 세우고, 여기에 신령이 깃들게 하여 마을의 태평을 비는 ‘장승제’의 한 장면이다. 이날 장승제에는 하탑마을 주민들은 물론 사천시 관계자와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정치지망생들도 다수 참석해 복을 빌었다.

하탑마을이 이날 장승제를 열게 된 것은 행정안전부가 올해 초 이 마을을 ‘참 살기 좋은 마을’로 지정한 것과 관련이 깊다.

하탑마을에는 경상대가 운영하는 평생교육원 중에서 서각/목공예부문 교실이 있어서 ‘장승공원 조성과 목재체험교실 운영’이란 주제로 ‘참 살기 좋은 마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이 과정에 경상대평생교육원 서각/목공예교실을 운영하는 서각가 류현수씨와 최해열 회장의 역할이 컸다.

하탑마을 풍물패가 장승 주위를 돌며 '터울림' 하고 있다.
조임덕 축동면장이 절하는 모습.
이날 행사는 마을 풍물패가 장승과 솟대 주변을 돌며 악을 치는 ‘터울림’으로 신령을 부르고, 이어 장승의 눈을 칠하는 ‘점안식’을 갖고, 끝으로 장승에 제를 올리는 순서로 진행됐다.

박동선 문화원장은 “예로부터 장승은 마을의 수호신이요, 솟대도 잡귀를 막고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상징되었다”면서 하탑마을의 장승이 사천시민 모두의 액을 막아 주기를 기원했다.

하탑마을 고갯마루에 선 장승의 특징은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으로 불리는 여느 장승과 달리 ‘천하대왕(天下大王)’ ‘지하여왕(地下女王)’이란 이름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마을주민들은 “대장군보다 한 수 높다”면서 즐거워했다.

박동선 문화원장이 장승에 눈을 그려넣고 있다.
하탑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는 앞으로 천하대왕, 지하여왕 두 장승이 지키게 됐다.
마을의 주요 길목에 55개의 장승을 세운 하탑마을은 오는 22일과 29일(토요일) 오전10시부터 오후3시까지 일반 시민을 상대로 장승만들기 체험행사를 갖는다. 관심 있는 시민은 특별한 예약 절차 없이 당일 경상대평생교육원 서각/목공예교실을 방문하면 된다.

서각/목공예교실은 대형 장승이 서 있는 배고개를 넘어 내려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여러 개의 소규모 장승이 늘어선, 그 맞은편에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독특한 표정을 지니고 있다. 이는 비단 사람뿐 아니어서 마을과 도시, 심지어 국가도 저마다 표정을 가졌다.

그러고 보면, 이제 하탑마을은 ‘장승과 솟대’라는 새로운 표정을 하나 더 지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장승보다 조금 더 높게 솟은 솟대.
하탑마을 마을 회관 앞 길가의 장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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