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업과학원, 시료 분석 결과 밝혀.. 경찰은 수사 착수

사천시 사남면 월성리의 한 야산. 소나무가 붉게 물들며 죽어가는 이유가 잡초제(농약) 때문임이 밝혀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울창하던 소나무 숲이 갑자기 발갛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이 병해충이나 가뭄이 아니라 제초제 때문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천시 사남면 월성리 한 야산에 2헥타르의 소나무 숲이 물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지난해 여름부터 올봄까지 길었던 가뭄 탓에 소나무가 자연 고사하는 현상이 남부지역 곳곳에 나타나던 터라 처음에는 관계기관에서도 예사로 생각했다.

하지만 인근 숲과 달리 특정 지역에서만 고사현상이 두드러진 것을 의아하게 여긴 사천시가 고사현상의 원인규명을 남부산림연구소(7월24일)와 국립농업과학원(7월31)에 의뢰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최근 사천시에 전달됐다. 남부산림연구소는 현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병해충에 의해 고사된 것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나아가 “병해충 방제를 위한 나무주사용 천공과는 관련이 없이 뚫려 있는 줄기 구멍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고사현상이 진행되는 나무 밑동에는 무언가 주입하기 위해 뚫은 것으로 보이는 홈이 파여 있었다.

시료 채취를 위해 잘려진 소나무(왼쪽). 제초제가 투입된 홈(위)과 고목이 된 수령 40년 이상의 소나무(아래).
국립농업과학원은 지난 17일 이 홈을 통해 무엇이 주입되었는지를 밝혔다. 고사한 소나무 시료에서는 놀랍게도 제초제의 일종인 글리포세이트(상표명:근사미)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종합해보면 결국 누군가가 고의로 소나무에 제초제를 주입해 죽게 만든 것이다.

사천시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2헥타르에 걸친 소나무 숲을 망가뜨렸는지 밝히기 위해 사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경찰은 18일 오후, 사천시 관계공무원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는 등 수사에 들어갔다.

소나무 고사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해당 임야 주인은 3명이며, 이들 모두 사천에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사목 피해 임야는 시도1호선 가까이에 있어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사천시와 경찰은 “해당 임야에 개발행위를 손쉽게 할 목적으로 고의로 소나무 숲을 망친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한 것은 수사를 진행해 봐야 안다”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고사피해가 발생한 해당 임야에는 수령이 높은 소나무들이 다수 있어 숲의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시에 따르면 나무가 죽고 그루터기만 남아도 법적으로 5년 동안은 나무가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개발행위에 제약을 받는다고 한다. 이를 뒤집어 보면, 5년이 지난 뒤에는 개발행위가 쉬워진다는 얘기다.

건강하던 소나무 숲을 누가 왜 해쳤을까? 경찰의 수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고사목 피해 임야 주인은 사천이 아닌 타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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