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솔사 경내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현상

다솔사를 찾았다가 우연히 보게된 자연의 조화다. 몇백년은 족히 된 듯한 이름 모를 고목이 숱한 세월의 풍상을 간직하고 죽어 있다. 사찰의 천년 역사를 반증하는 나무로, 베지 못하고 그냥 세워둔듯 했다. 고목 밑을 보니 목질사이  텅빈  몸통 안에 지폐 몇장과 동전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우리 조상의 민족샤머니즘 안에는 '나무는 조상과 후손, 저승과 이승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남아 있다. 신라 시조 김알지의 '계림금괴목 이야기'는 유명한 전설이다. 또한 민속신앙으로 전해오는 '솟대' 위의 기러기 혹은 새들을 거는 신앙도 나무를 매개로 한 조상숭배 신앙의 흔적이다.

마을어귀 자리잡은 수백년 묵은 당산나무는 지금도 서낭신앙의 흔적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는 풍습이다. 하지만 절집에 죽은 나무에 누군가가 드린 이 기도처는 색다르게 다가온다. 산 나무에 치성을 올린 서낭신앙과 또 다른, 죽은 나무에 기원하는 솟대 신앙처럼, 사찰을 조상의 보살핌으로 지켜 달라는 누군가의 기도처로 여겨 지기도 한다.

그런데 위를 올려다 보고 깜짝 놀랐다. 죽은 고목의 가지에서 새싹이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세월이 지나옴의 흔적인듯 돋아난 이끼의 푸르름 사이로 가지가 나고 싹이 돋아 마치 죽은 나무가 다시금 부활한듯한 착각마져 일게 했다.

 

 

삶이 끝난 헡겁데기 육신은 모진 비바람에 할퀴고 벗겨져 앙상함만 남았는데 여기서 잉태한 새싹은 '희망'을 머금고 다시금 생명으로 첫 출발하려는 몸부림이 갸냘프기 조차 하다.

과학으로 풀어 보면 아무것도 아닌 현상이다. 죽은 고목에 이끼가 붙어 습도를 유지한다. 여기에 옆 나무의 씨가 떨어진게고 적당한 생육조건이 갖추어져 발아를 하게되고 이렇듯 나무가 자라게 된거다.

하지만, 이를 희망으로 풀어 보고 싶다. 이 생명에 의미를 부여하고 희망의 잉태를 품어 보고 싶다. 누군가가 지폐 몇장 동전 몇닢으로 지성을 다해 희망을 기도했고 그 기도의 화답의 이적으로 이 고목에서 싹이 났다고 생각하고 싶다.

기축년이 시작되고 민족의 큰 지도자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으로 국상급 장례가 벌어진다. 지도자를 잃은 슬픔에 전국의 수백만이 슬퍼하고 있다.

한편으로 신종인플이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는 전염병의 등급이 창궐의 수준으로 격상하는 분위기다. 삶이 팍팍하고 마음이 어두워 온 국민이 의욕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들판에 나홀로 남겨졌다고 여겨 질때, 폭풍우에 울어대는 천둥벼락이 나에게 내리 칠듯 두려워 질때 '희망'을 떠 올려 본다.

들판에 홀로서서 팔이 잘리고 허리가 꺾인 듯한 힘겨움이 국민적 스트레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희망을 품자. 죽은 고목에서 새싹이 돋듯 조문정국으로 남북이 화해하고 이념적 대립이 종식될것이라는 희망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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