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었다 해서 온 나라에 난리다. 조류독감으로 인해 계란이 모자라 급기야는 외국에서 계란을 수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 얼마 전이었는데, 이번에는 살충제가 검출되어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식품이다 보니 그 여파가 상당할 뿐 아니라 양계 농가의 피해도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중에서 DDT도 있다하여 충격이 더하다. 이미 1970년대 후반부터 사용이 금지된 약품이지만, 세월이 한 참을 지난 후에도 땅속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DDT란 말을 새삼 접하게 되면서 옛 생각에 젖었다. 우리 어린 시절엔 DDT가 흔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텔레비전에서 옛 필름을 보게 되면,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들이 아이들 머리에 흰색 가루를 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가루가 바로 DDT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와 서캐에 시달렸는데 이를 박멸하는 데에는 이 흰 가루의 약이 특효였기 때문이다. 머리에 붓기도 하고 옷 속에 뿌리고 온 몸을 DDT로 회칠을 할 정도였다. 그 이후로도 이 신비의 살충제는 온 나라에 뿌려졌다. 뇌염을 막기 위해 소독차를 이용해 뿌리기도 하고, 송충이를 없앤다고 비행기로 뿌리기도 했다. 이 살충제의 위험성을 모르고 아이들은 소독차에서 분무 되어 나오는 연기를 쫒아 동네를 뛰어 다니곤 했다.

원래 DDT는 1960년대에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모기를 박멸할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나, 얼마 못가 실패로 끝나게 된다. 사용 금지된 이유는 첫째, 처음에는 효과가 컸으나 바로 내성을 가진 모기가 빠르게 번식하여 결국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약물이 땅에 묻혀서 오랜 기간 남아 있는데다가 암을 유발하는 발암 물질이기 때문이다. 결국 DDT는 원래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 하였고, 폐해만 남겼을 뿐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또 생각나는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가습기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가습기 살균제가 어처구니없게도 폐질환을 일으켜 2016년 5월 기준으로 266명이 사망하는 등 1848명이 피해를 보았다.

그러고 보면 살충제 계란만이 문제인 것 같진 않다. 소독차 꽁무니를 쫓아 다니던 아이들에게서 사오십년 전에 마셨던 DDT의 피해가 있었는지를 간과하고 살았다. 그 나이 때의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암의 빈도와 DDT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걸까? 과학의 발달로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여러 가지 화합물이 개발되었고, 지금도 어쩌면 너무 많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모른다.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 벌레를 잡으려고 아파트 구석구석에 뿌려대는 소독약, 집집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파리 모기약, 불에 태우는 모기약, 새벽마다 돌아다니는 방역차에서 나오는 소독약, 빨래할 때 쓰는 합성세제, 방향제, 탈취제 등등. 사실 우리는 너무 많은 화합물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화합물은 정말 안전한가? 그 독성이 몇 십 년 후에 나타나는 건 아닐까? 살충제 계란이 가져다 준 불행한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화합물들이 정말로 안전한가 한번 따져 보고 되도록 사용을 줄이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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