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호 사천시 향촌동

얼마 전 후배 직장동료와 주공로를 걷다가 주차문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물론 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후배의 시각은 완연히 달랐다. 설전은 벌이지 않았지만 결론 역시 없었다. 우선 내 주장은 이렇다.

편도 2차선 주공로(정확히 말하자면 용강현대아파트 앞에서 하나로마트 앞까지)의 한 차선은 아예 버린 길이다. 한 차선을 점령한 주정차 차량들 때문이다. 단속카메라가 서슬 퍼렇게 있는데도 이를 조롱하듯 불법 주정차 차량들의 동태는 평화롭기만 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한 차선은 제 구실을 하고 있을까?

운동장 사거리 위쪽은 부쩍 늘어난 신호등으로 지정체가 반복된다. 주민 안전을 고려한 조치이겠으나 한쪽 차선이 막힌 상황이라 병목현상으로 이어진다. 볼링장부터 로터리까지는 최악이다. 특히 택시 대기소 부근은 이곳이 도로인지조차 의심케 한다. 내 불만의 정점도 이곳이다.

두 차선을 뺏긴 운전자들은 중앙선을 침범해야하는 위법자 신세가 되기 일쑤다. 분통 터지는 일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남은 차선 하나마저 제 것인 양 차를 세우고 태연히 볼 일을 보러 간다. 그에겐 구매의 행복감만 있을 뿐 길을 빼앗긴 우리들의 울화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불만은 또 있다. 주공로 좌우에서 들고나는 차량들로 인해 큰길은 또 한 번 격랑을 맞는다. 골목 어귀에 분양받은 양 버젓이 주차한 차량들 때문이다. 모퉁이는 주차금지구역일 뿐 아니라 회전반경을 확보해야 하는 절대 구역이다. 아무리 주차공간이 없다 해도 이런 식의 무지막지한 주차는 안 된다. 이쯤 되면 주공로의 상황은 최악으로 간다.

결론은 주공로가 갑갑하다는 것이다. 감시카메라는 깨어 있는지 의문이다. 끊임없이 주정차를 반복하는 주공로는 시간이라는 진통제만 처방될 뿐 묘약은 없어 보인다. 누구도 수술을 시도하지 않는다. 열 받는 우리들만 손해 보는 주공로. 그곳은 지금 중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상황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젊은 후배다. 그는 북적거리는 주공로가 역동적이고 활기차단다. 뜻밖의 대답에 뒤통수를 한방 맞은 느낌이랄까. 어차피 상권이고, 주차시설 또한 부족한 상황에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란다. 물 흐르듯 놔두면 오히려 상권도 살고 활력도 넘쳐 좋다는 의견이다. 참으로 기특하고 발칙한 긍정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주공로 주정차가 불허되면 먼 곳에 주차하고 걸어가야 하는 불편도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접근성은 상권 활성화와 직결된다. 듣고 보니 나도 운동장에 주차하고 이동하는 게 그다지 반갑지 않거니와 타인의 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아예 도로를 만들 때 주차공간을 구분했더라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우리 현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무작정 주차단속을 한다면 상인들과 시민들의 반발도 커질 것이다. 나도 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기에 섣부른 결론은 내지리 못하겠다. 다만 한 차선이라도 올곧게 도로구실 하도록 배려와 예의를 주문하고 싶다.

불평과 긍정이 교차한 주공로의 주정차 문제는 일장일단이 있으므로 현실 들추기는 이 정도에서 그쳐야겠다. 주공로는 사천과 삼천포의 중요거점이다. 그곳이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유지되도록 고민과 아이디어가 도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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