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둠벙’의 추억과 아픈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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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둠벙’의 추억과 아픈 경고
  • 강무성 기자
  • 승인 2017.12.07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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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경찰서 형사 2팀장 경위 전양준
사천경찰서 형사 2팀장 경위 전양준

수확이 끝난 농촌지역 논 근처를 가다 보면 논 가운데 가장자리에 움푹 꺼진 물웅덩이를 볼 수 있다. 이름하여 ‘둠벙’이다.

‘연못’이라고 부르기에는 크기에서 소박하고 ‘물웅덩이’라고하기에는 그 역할에 비해 부족하다. 장마철에 강수량이 집중하는 우리나라의 기후에는 갈수기 논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필수적이었다.

어린 시절 수확이 끝난 후 둠벙의 물을 퍼내고 그 안에 있는 미꾸라지 붕어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서 동네어른들이 모여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며 한해의 농사에 지친 몸을 달랬던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둠벙은 다양한 습지 동물이 사는 공간으로 최근에는 생태학적인 중요성이 부각되어 인공적으로 둠벙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둠벙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내가 일하는 경찰서 관내에서 추석 전날 추석을 지내기 위하여 시골 큰집을 찾은 여고생이 어두운 논길을 걸어 큰집을 찾아 가다가 둠벙에 빠져 사망한 일이 있었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둠벙에 빠진 여고생을 인양 하였을 때는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넌 상태였다.

자식의 죽음에 오열하는 부모의 모습을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

현장 주변을 살펴보니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둠벙들이 많이 있었지만 둠벙에 울타리나 익사의 위험성을 알리는 표지는 전혀 없었고 관련기관에서는 정확한 현황이 파악된 것도 없다.

여고생의 안타까운 죽음이 누구의 잘못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사후 약방문 일 수도 있으나 이제라도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련기관에서는 책임을 미루지 말고 둠벙의 정확한 현황파악과 위험한 둠벙이 있으면 주변 울타리 설치나 위험성을 알리는 표지나 야광 반사판의 설치하여야 한다.

그것이 유명을 달리한 여고생의 영혼을 위로하고 유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며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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