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 포스터.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는 제목 그대로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영화다. 고흐가 사망한지 1년 후 배달되지 못한 편지 한 통이 발견되고, 우편배달부는 수신자인 동생 테오를 찾아가지만 이미 동생도 형의 사망 7개월 후에 죽고 없는 상태. 졸지에 갈 곳을 잃어버린 편지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편배달부를 통해 고흐라는 사람의 삶에 주목하는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누구인가요?” 전공자를 제외하고 열에 일고여덟은 빈센트 반 고흐를 말한다. 프렉탈 나선구조의 파란 하늘과 불꽃처럼 타오르는 나무 등 미술 문외한들마저 매혹시키는 독특한 그림을 그렸음에도 살아생전에 단 한 작품만 판매했을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아서 겨우 그림을 그렸고 모델을 살 여유가 없어서 내내 자화상을 그려야 했던 사람. <러빙 빈센트>는 불행한 삶을 살다가 불꽃처럼 꺼져버린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를 그의 명작그림 속에 고스란히 옮겨 놓은 가슴 저린 유화애니메이션이다.

전 세계 오천 명이 넘는 화가들의 지원을 받아서 107명을 추리고, 그들의 손으로 그린 반 고흐 스타일의 그림이 십여 년이 넘는 제작기간을 거쳐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되었다. 유화로 만든 애니메이션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의 카페’, ‘까마귀가 나는 밀밭’, ‘가세박사의 초상’ 등 그의 걸작 속 배경과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화면을 수놓는다. 고흐의 그림 자체가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것이 실제로 눈앞에서 생동하고 있으니 그 강렬함은 상상 이상의 충격이다.

그저 그런 미술영화나 화가 관련 전기 영화로 생각했다가 난데없는 진정성에 울컥하고야 말았다. 아름다운 화면에 입에서는 경탄성이 쏟아져 나오고,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킬리만자로의 표범-조용필)라는 노랫말을 자연스레 되뇌게 된다. 대표작 몇 점만 겉핥기로알고 있던 120년 전의 사람이 마음에 스며드는 것에는 전적으로 유화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기법이 한몫 톡톡히 했다.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이제는 고흐의 이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러빙 빈센트> 감상팁. 영화 상영 직전에 휴대폰으로 고흐의 대표작 정도는 검색해도 감동의 레버리지 규모가 확실히 달라진다. 여유가 된다면 그와 관련된 중요한 에피소드 몇 가지만 알고 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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