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했다. 급기야 (김정은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는)북측1호가 남한으로 피신을 하게 되고, 북한에서는 핵미사일 발사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2차 한국전쟁은 이제 불을 보듯 뻔해진 상황, 이를 어떻게 막고 수습할 것인가.

<007 시리즈>와 같은 첩보액션영화에 반드시 무찔러야 할 악당이 등장해야만 한다. 그래서 소련부터 국제범죄조직수장, 이라크, 소말리아 해적 등 수많은 적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이제는 형체 없는 적과 싸우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은 첩보액션영화로만 따지자면 천혜의 조건을 가졌다. 남북으로 갈라져 대치중인, 잠시 전쟁을 멈춘 전 세계 유일한 휴전국이니까.

이처럼 분단이라는 상황은 영화 소재로서는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좌우 색깔론이 여전히 득세하는데다 감시와 사정의 칼날이 엄혹했던 지라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따라서 남측을 대변하는 캐릭터는 품이 넓어서 관대하고도 베풀 줄 알아야 하고, 혹여 북측 캐릭터는 조금이라도 미화하면 체제옹호라면서 빨갱이라고 욕한다. 그러다보니 기껏해야 잘생긴 배우가 북측 배우를 맡고 남측은 세파에 찌들어 때로는 회색분자로 여겨질 만큼 개성적인 인물이 나선다. 생각해보라. <의형제>나 <공조>가 딱 그 꼴이지 않은가. 사실 <강철비>의 캐릭터 구성도 비슷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강철비>는 남북 공조를 말하는 기존의 영화와는 목소리의 크기와 방향성에서 살짝 차이가 난다. 기존의 영화들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는 설정과 다른 체제에서 성장한 만큼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만 반복하며, 결국은 두 캐릭터의 호흡을 강조하는 선에서 끝난다. 그러나 <강철비>는 정치적 상황을 그대로 직시하며 (그 해법이 옳든 그르든 간에) 방향성을 가지고 우직하게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대체적으로 신념을 가지고 목소리를 크게 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는 법인데, 뉴스와 미·일·중 등 주변국들의 반응을 분단국가의 국민으로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강철비>의 영화적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아니 공포감마저 든다. 이쯤 되면 스릴러 영화로서도 손색이 없다.

예전에 톰 크루즈는 <매그놀리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어야 했지만 너무 잘생겼다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잘생긴 게 마이너스가 될까? <강철비>에서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펼치는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럴 법도 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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