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현재 대한민국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반면 출생률은 터무니없이 낮아서 인구감소에 대한 고민이 크다. 때문에 실감하지 못하고 있으나 세계 인구는 엄청나게 폭증하는 추세다.

불과 10년 사이에 10억 명이나 더 늘어서 75억 명이 넘었으니, 한정된 땅에 오밀조밀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위기감이 저절로 든다. 그래서 <다운사이징>을 통해서 인구과잉으로 인한 공멸을 막자는 아이디어가 전혀 터무니없이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풍요롭게 살 수도 있다고 하니 오히려 솔깃하기까지 하다.

거의 모든 동식물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으면 부피는 0.0364%로 줄어들고 더불어 무게도 1/2,744로 줄어든다. 반면에 화폐가치는 올라가 120배의 상승효과가 있으니, 1억 원은 무려 120억 원이나 된다는 거다. 이쯤 되면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고 ‘레저랜드’로 편입하는 것은 젖과 꿀이 흐르는 환상의 파라다이스 또는 에덴동산으로 나아가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즉, <다운사이징>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내용과 ‘다운사이징’을 통해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영화 속 광고는 정확히 일치한다. 속았다는 느낌마저 그대로 말이다.

‘레저랜드’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이나 다를 바 없다. ‘수저론’처럼 계급갈등이 벌어지는 것도 여전하며 인종차별과 환경문제에 시달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레저랜드에서도 난민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며 종래에는 종말론의 고민까지 똑같다. 그리하여 완벽한 낙원에 대한 기대가 허물어지듯 영화가 재미있으리라는 거짓말도 허물어진다. 인권과 철학은 물론이고 현생 인류에게 당면한 온갖 문제를 다 언급해놓고 나 몰라라 내팽개친 후 결국은 개인의 성찰이 해답이라는 식의 결론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재미보다는 살짝 배신감마저 든다. 혹자는 감독이 <어바웃 슈미트> <디센던트> <네브레스카>를 연출한 ‘알렉산더 페인’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만듦새가 이렇게나 허술해서야.

한 때 광풍처럼 불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의 인기는 그 인기만큼 욕을 처먹었다. 사회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하고 아파하는 청춘들에게 어느 정도 위로와 위안이 되었을지는 모르나, 요지는 더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라는 식이었으니까. 아파하는 청춘들에게 “너희의 잘못이 아니다. 사회 구조적 문제에 내몰려 너희들이 아파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해줘야 한다. 지구촌 문제의 해법으로 개인의 성찰을 내세운 <다운사이징>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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