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영화 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작품 중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영화는 많았으나, 꼭 봐야겠다 싶었던 영화는 단 한 편이었다. 그게 바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이었다. 원래부터 기예르모 감독의 팬이었고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어찌 회가 동하지 않을까. 하지만 순식간에 매진되는 동안 광클 능력의 부족으로 놓치고 말았으니 오호 통재라.

평단에서 호평하는 작품과 관객들의 감성이 대체로 엇박자일 때가 많고 일치하는 경우를 찾기가 흔치 않은데 <셰이프 오브 워터>는 오히려 모두가 극찬하느라 바쁘다. 서로 입소문을 내면서 빨리 극장으로 달려가기를 강권하고 있다. 그러나 설날연휴부터 극장가는 <블랙팬서>와 <골든슬럼버>가 점령하다시피 한 가운데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남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싶다면 부지런을 떨어야만 한다. 그리고 <셰이프 오브 워터>는 그럴 가치가 넘치고도 넘친다.
 
기본 줄거리는 간단하다. 미소 우주경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NASA의 비밀실험실에 해양 괴생명체가 들어온다. NASA는 지적생물인 이 해양괴수(?)를 해부하고 연구해서 우주개발에 이용하려 드는데, 연구소 청소부이자 언어장애를 지닌 여성이 나서서 탈출을 꾀하는 내용이다. 측은지심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이종(異種)간의 사랑이나 소통에 관한 영화를 보면 이름(NAME) 또는 사랑(LOVE)이라는 단어를 주고받는 등 반드시 언어적으로 공감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통의 가장 기본은 언어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언어장애로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여인과 해양 괴생명체는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던 사피어-워프 가설은 애초에 지지받지 못한 가설이기는 한데, <셰이프 오브 워터>에 따르면 확실하게 엉터리가 된다. 굳이 언어가 아니어도 그들은 대화를 주고받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음악과 몸으로 소통을 하고 교감하면서 서로를 알아 가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고 경이로워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솟구쳐 나온다.

물 흐르듯이 펼쳐지는 그들의 사랑은 더욱 더 환상적인 이미지와 음악으로 포장되었으니, 숭고하고도 가슴 절절한 가장 완벽한 사랑을 보고 싶다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