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 포스터.

어릴 때부터 주변에는 게임광들이 널려있었다. 기껏해야 ‘한메타자교사’의 베네치아 게임이나 하던 입장에서 게임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 썩 이해되진 않으나, 그래도 몇몇 게임은 솔직히 해보고 싶었다. 그 중에 하나가 ‘툼 레이더’였음도 숨기지 않겠다. 혈기방장한 청춘이었으니까. 비록 3D 폴리곤 그래픽으로 구현된 조악한 캐릭터지만 공식 프로필 사이즈 38-22-36의 비현실적인 몸매의 ‘라라 크로포트’와 함께 모험하고 싶었다.

이런 게임이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누가 과연 라라의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갑론을박 논란이 거셌으나 안젤리나 졸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모두 입을 닫았다. 조악한 3D 폴리곤 캐릭터 따위야! 이제는 졸리 여사가 곧 라라 크로포트인 것이다. 게임부터 안젤리나 졸리까지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까닭은 영화 <툼 레이더>는 이 두 가지를 떼어 놓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영화는 게임의 어드벤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악평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무튼 ‘라라=졸리’라는 등치관계 하나만큼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굳었다.

<툼 레이더2>가 개봉한 지도 무려 15년이나 흘렀다. 리부트 <툼 레이더>에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섹스어필했던 라라보다 현대적 느낌의 걸크러쉬에 적당히 부합하는 모습이다. 쌍권총의 강인했던 졸리 여사의 라라 대신 다소 여리긴 하지만 악착같은 성격의 활을 쥔 라라를 내세워 전작에서 빠졌던 어드벤처액션을 보다 강화했다. 아니, 강화했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어디쯤에서 어드벤처액션을 느껴보라는 걸까. <인디애나존스> 등 각종 모험영화에서 써먹었던 클리셰라는 클리셰는 모두 동원을 하면서도 두뇌퍼즐의 즐거움은 누릴 길이 없고, 지리멸렬한 어드벤처에 하품 나는 액션이며,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공감하기보다는 치미는 울화를 감당하느라 바쁘다. 본래 이런 영화에서 개연성을 따지는 게 바보짓이지만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은가. 속편을 예고하고 있는 걸로 봐선 여전사로 탈바꿈할 것 같기는 하나 그래도 너무 아쉽다.

알고 보니 2013년에 발매한 리부트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고스란히 반영했기 때문이라는데, 덕분에 게임을 해본 사람은 신이 나겠지만 과거의 게임이나 졸리표 라라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영문 모르고 어리둥절하겠다. 구관이 명관도 아닌데 그저 졸리표 라라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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