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의 제목이 젊은이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이 들렸던 시절이 있었다. 시집 제목에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사로잡았던 때도 있었다. 더 멀리 60년대에는 「데미안」이라는 소설이 있어 그 중의 한 구절 ‘새는 알에서 깨어나려고 버둥거렸다.’라는 말이 큰 울림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다 성장과 거기에 따라다니기 마련인 아픔, 요컨대 성장통(成長痛)을 얘기하는 말들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근래에 부쩍 유행한 말인 ‘헬조선’은 위의 성장통이랄까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일인 통과의례와는 전혀 다르게 들리는 말이다. 이 말은 결국 우리나라를 ‘지옥 같은 나라’라고 깎아내리는 말이 되는 까닭이다. 외형적으로야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이다. 외국인 노동자도 공식적인 숫자만 백만 명이 넘는데 그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살면서도 ‘헬조선’이란 말은 왜 나온 것일까.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공감(共感)을 얻은 이 말은 아마도 과도한 경쟁에서 오는 피로감을 드러낸 말로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가지고 싶은 직업과 수입을 얻기 위해 어릴 때부터 끊임없는 무한경쟁 속에 내몰린 위에, 천신만고하여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경쟁에 시달려야만 하는 현실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경쟁하지 말고 살면 되지 않겠는가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밥을 굶을 리야 없겠지만 이왕이면 남보다 더 잘 살겠다는 마음을 욕심으로 치부해 버리면 세상이 지나치게 정체될 위험도 있을 듯하다.

더군다나 그 경쟁도 공정하지 않다. 출발선부터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거기서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이 나왔다. 돈 많고 권세 있는 부모를 둔 자식은 경쟁에서 무조건 유리하다. 극단적으로는 직장을 구하고자 할 필요도 없다. 부모의 인맥과 재산을 물려받으면 된다. 집을 구하기 위해 일용할 양식을 융통하기 위해 아등바등할 필요도 당연히 없다. 물려받을 것이 없는 ‘흙수저’의 저 근원적 박탈감을 어찌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런대로 살아가고 있다. 달리 보면 꼭 ‘금수저’만 잘 사는 것도 아니다. 억지스러울지 모르지만 라면을 끓여 먹어도 한 끼 식사다. 맛있게 먹었으면 된 것 아닌가. 근래에 ‘황금빛 내 인생’이라는 드라마가 인기였다. 근본적으로는 금수저 흙수저의 처지를 바탕에 깔고 그 갈등을 그러낸 것이라서 유독 인기가 많았다. 인기는 시청률이 결정하는듯한데 왜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좋아했을까. 그 이유는 아마 ‘돈보다 사람이…….’에 있지 않을까. 그걸 사람들은 다 안다. ‘……’부분은 각자 채워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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