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저는 문단에서 추방해야 할 병폐를 다섯 가지 즉 오폐五弊로 진단하고 이를 간추려서 말하려 합니다.

첫째는 성추행입니다. 이는 문단에서 차지하는 자신(군림하는 군주주의 의식의 작가=군작君作)의 절대적인 지위와 비중 높게 구축한 사회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죄의식 없이 성추행 나아가 성폭행을 자행하는 추잡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문제를 말합니다. 군작은 이를 알고도 스스로 지닌 권위 의식을 악용하여, 작가로서 입지가 좁거나 미래 활동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도리 없이 원치 않아도 강요 상황을 수용해야 하는 나약한 작가군을 짓밟는다면, 이는 문단 권력자의 강압적이고 무차별적인 폭행인 것입니다. 글을 쓰고 책을 펴내 두루 독자층을 확보한 공인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표리부동의 몰염치한 죄악으로 반드시 그 진위를 가리고 만부당한 점은 색출하여 뿌리를 없애야 합니다.
 
아주 오래 전 어느 술자리에서 들은 얘기가 기억납니다. 누군가 스스럼없이 내뱉듯 말하더군요. ‘제대로 된 속살 꽉 찬 글을 쓰려면 뜨거운 불륜을 경험해야 한다. 유부남/유부녀와의 열정적인 사랑을 해야지 멋진 글이, 뒤통수를 탁 치는 글이 나온다 이 말씀이야.’ 정말 그런가 반드시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건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잊고 말았습니다. 귀 담아 들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 해답은 작가나 독자가 제 걸어온 뒤안길을 헤아리며 찾아야 할 몫이라 여겼습니다. 
 
하나는 표절입니다. 많은 서적들을 섭렵하다 보면 무의식중에 멋있고 아름다운 표현과 얘기들이 마치 자신이 엮은 순수한 사고인 양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작가로서의 소양과 양심의 문제이기에 가장 떳떳해야 하고 가장 때 묻지 않은 순백의 영토이어야 합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누군가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을 때엔 진지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고, 잘못이 있다면 냉정한 반성과 함께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하며 청산 과정이 따라야 합니다. 숨기고 피하고 변명하고 둘러대는 것보다 그것이 오히려 떳떳하고 추앙 받는 진정한 작가 용기라고 여깁니다. 참으로 용서를 구하고 자숙한다면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끊임없이 과오를 물어 돌을 던질 자가 과연 누가 있겠습니까. 
 
하나는 패거리 풍토입니다. 우리 나라는 학연 지연 혈연 문연文緣에 예속되어 도처에서 음양으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올곧은 정신으로 바른 말을 하더라도 어떤 특정 집단에 소속 되어 있지 않는 한, 혹은 특정 인물과의 각별한 연분을 쌓지 않는 이상엔, 네 가지 인연에 얽힌 속성을 끊지 못하고 부도덕하며 부정의한 관행의 장벽은 허물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옳지 않은 일임이 분명함에도 제 식구 챙기고 감싸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의식은 후진국 문화의 가장 지저분한 유산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그렇다면 굽은 팔은 어찌해야 합니까.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으니, 이를 곧게 펴는 작업 또한 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함이 마땅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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