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레디 플레이어 원

▲ 영화 포스터.

세기의 걸작 <매트릭스>가 보여준 세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설마 우리 세상이 그렇게까지 바뀌게 될까하는 의문과 SF영화이기에 가능한 상상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미 세상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과 익명의 공간에 익숙해져 있다. 여기에 기술의 발전 속도가 탄젠트 곡선을 그리면서 이제는 VR(Virtual Reality), AR(Augmented Reality)에 이어 MR(Mixed Reality)이라는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구글 기술이사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의 말대로 현실이 아니라 가상의 공간에서 근무를 하고 연애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우리의 준비는 제대로 되어 있을까.

모든 문화예술은 시대를 반영하는 법이라 최근의 소설, 드라마, 영화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물론 예전에도 이런 소재를 다루기도 했으나 현실감이 없던 시절에는 <토탈 리콜>처럼 흥미본위였다면 지금은 부작용을 비롯한 우려가 바탕에 깔렸다. 가상에 지나치게 매몰돼 현실을 도외시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 말이다. 그렇다고 근엄하게 가르치려 들었다가는 그게 바로 꼰대 짓이라고 욕먹을 텐데, 이 시대 최고의 거장 스필버그 감독께서는 추억으로 무장한 오락 또는 게임을 접목해서 절묘하게 피해가셨다. 리얼라이프를 중심으로 느리게 살라는 주제를 속도감 넘치는 CG 애니메이션으로 멋지게 녹여내었다. <쉰들러리스트>를 찍은 46년 생 영감님이 이 정도의 오락영화를 선보이다니, 젊은 감각은 여전하시다.

성별불문, 연령불문, 취향불문하고 모든 이들이 즐거워할 내용이 종합선물세트처럼 가득 차 있다.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수많은 대중문화 아이콘들이 총출동한다. Van Halen의 Jump로 포문을 열더니, 세상에 <백투더퓨처>의 ‘드로리안’을 스크린 안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기동전사 건담>에 <아키라>의 바이크에 <아이언 자이언트>에 <쥬라기 공원>에 <킹콩>에 <샤이닝>에 <처키>에 <매드볼>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작품이 쏟아지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게임 문외한이라 어떤 게임이 반영되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 또한 게임의 주인공들이었을 거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화면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는 추억과 기쁨과 감동이 되어 되살아난다. 그렇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원래 오락영화의 지존이었다. 저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최고의 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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