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5월은 특히 가정의 달이라 해서 가정과 관련한 날이 많다. 순서대로 보면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다. 따지고 보면 이 세 날들은 하나로 묶어도 괜찮으리만치 서로 연관되어 있다. 어버이가 있어야 어린이가 있을 것이고 그 어린이들이 자라 또 부부가 된다. 사람이 이루어가는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는 요소들만을 모아 기념하는 날들이 되는 것이다.

각기 따로 정해진 이 세 ‘날’들의 의미를 한데 묶어 정리할 수 있는 말은 요즘 사람에게는 좀 뜬금없을진 몰라도 ‘효(孝)’라는 생각이 든다. 효라 하니까 어버이날만 강조한 것 같아도 한 어버이에게는 살아 계시든 하늘에 계시든 그 어버이가 반드시 계시고 또 그 지금의 어버이도 옛날에는 한갓 코흘리개 시절의 사랑 받던 때가 있었을 것이며 지금도 부부거나 부부인 시절이 있었을 가능성이 많다. 그 관계가 돌고돌아 지금의 어린이 역시 언젠가 어버이나 부부가 될 것이다. 그러니 어버이날이 연상되는 ‘효(孝)를 강조한다 하여 어린이날이나 부부의 날의 의미가 손상될 우려는 크게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효’는 과거에 모든 도덕의 근본 역할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옛 책 「예기(禮記)」에 나오는 증자(曾子)의 말씀을 보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소중한 몸으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말과 행동이 불성실하거나 미덥지 않거나 비겁하거나 하는 것은 불효를 저지르는 일이 되어 그 재난이 부모에게 미친다고 하였다. 부모를 받들기 위해 건전하고 성실한 삶과 착한 행실이 몸에 배어야 했던 것이고 부모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악행은 삼가야 했던 것이 효의 정신인 것이다.
 
또, 효는 아니지만, 부모들도 자식이나 그 다음의 후손을 위해 행실을 함부로 하지 않았으니 나이 좀 든 분들에게서 듣기 어렵지 않은 말 중의 하나인 “자식 키우는 사람이 차마 할 일이 아니다.”라는 말이 그런 의미다. 내 자식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내 후손을 위해서라도 차마 ‘악행(惡行)’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옛날 도덕책의 기초인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한 구절 ‘돈과 책을 물려주는 것보다는 아무도 모르게 음덕(蔭德)을 쌓는 것이 낫다’는 말을 실천한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옛 어른들은 오직 나만을 위한다는 이기심에서가 아니라 나 아닌 부모나 자식을 위한다는 이타적 행위를 실천해 오셨다. 오늘날 사람들도 마찬가지라 믿는다. 그런 정신이 있기에 선함과 악함의 구별이 더 뚜렷해지고 사회는 착한 일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는가.

찬란한 계절의 여왕 오월, 즐겁고 화목한 가정의 달 오월에 저 한쪽 구석에 밀쳐 두었던 옛 말을 눈치 없게 꺼낸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효(孝)’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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